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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기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by Daae

요즘 겸손해야할 일이 많다. 예전에 배려를 받았을 때의 태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것은 바로 감사와 겸손이다. 배려를 받으면 마음이 아파 밀어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태도와 아름답지 못한 마음이다.


겸손, 그것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이는 일. 처세술로 쓰일 수 있어 주의를 요망한다. 타인을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들고, 이득을 뜯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것은, 결코 겸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겸손은 무엇인가?


진정한 겸손은 내 자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양보와 배려에 깊은 감사를 하고, 내가 한 양보와 배려로 그 사람이 낮아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선의가 생겨나는 것이라 이해하는 것. 이런 마음이 생겨나면 상대의 겸손이 위선이 아닌지 구분이 가는 눈이 생긴다.


나는 겸손이 어려워요.


우리, 겸손이 어려운 이유를 천천히 파헤쳐 보자.


우리나라는 겸손하기 어려운 환경을 타고났고, 또 뒤늦게 성숙해진다면 끝없이 겸손해질 수 있도록 그러한 가르침을 주는 시간이 주어질 때가 있다. 그런 행운을 가지려면, 진정한 겸손을 깨달은 인격이 많아야 한다.


내가 가진 재능, 환경이 나 혼자 일구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 부족한 나를 몇번이고 용서하며 배려한 사람들이 있기에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는 점. 또, 나를 용서하고 배려한 이들이 겸손을 깨달은 넓은 아량을 가진 성숙한 인격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점까지. 그런 행운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환경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기에. 나보다 못하다고 해서, 부족하다고 해서. 무시하고 급을 나누는 행동이 줄어드는 것이다.


나는 오늘 다시, 나의 행운에 불만이 생길 때 즈음 감사를 외운다.


내게 능력 주신 주님, 나를 자만케 하는 불행을 주지 마시옵고, 잡초를 보고도 그의 위상을 드높이는 아름다운 마음을, 나보다 못한 이를 보며 안심하지 않고 또 나란히 걷겠다 외치며 그의 장점을 보려는 마음을. 나보다 겸손한 이가 배려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다시 새 삶으로 나아가는 행운을 주소서.


이런 기도를 외운다. 또한, 글을 읽으며 나와 겸손에 대해 성찰한 이들에게, 배려받고 용서받는 행운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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