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이 나를 잡아먹지 못하게.
나를 잃지 않을 것.
나는 얼마전에 짝사랑을 반정도 정리했다. 그에게 끌려가는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나도 그 사람처럼 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그처럼 나 자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여느 짝사랑이 그렇듯, 너는 너무 완벽하고, 너 없으면 안될 것 같고, 내 삶이 무너질 것 같고(안무너졌다.) 온 세상이 뒤틀려보여 내가 망가진 걸 안 지인들은 사람이 얼마나 망가진 거냐고 무슨 일이길래 저러냐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그 사람은 내 첫사랑인 걸. 히키코모리로 살던 나에게 빛을 준 사람인걸… 어떻게 마음에서 쉽게 흘려보낼 수 있겠어.
-페퍼톤스, 행운을 빌어요.
-Unlucky
오빠의 프로필 뮤직이 페퍼톤스 노래인 걸 보고 나는 행운이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아이유의 Unlucky를 프로필 뮤직으로 해놨어.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이 노래를 프로필 뮤직으로 해놓았을 땐 다즈비의 “카타오모이”를 설정해놨어.
오빠를 좋아하는 동안 아이유의 너랑 나라는 음악과 “팬텀”의 내 사랑을 들었어. 오빠가 무뚝뚝한 모습일 때, 행동할 때를 닮은 고상하고 점잖은 취미를 갖게 됐어.
사실, 나를 놀리는 친구가 참 무서워서 그걸 벗어나고자 팔짱을 끼거나. 안심하려고 오빠한테 도망간 건데, 그건 모르지. 오빠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었고 내 불안과 소음을 모두 멈춰줬는걸. 그런 걸 보고 주변인들은 오빠가 힘들어한다며 놀리거나, 나를 깎아내리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경찰처럼 도덕성이 높고 정의로운 점도. 무뚝뚝하고 FM인 점도, 그가 하는 음악도,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누군가를 제어해야할 땐 권위적이며 가끔 잘못한 것도 크게 혼내지 않으며 그저 책임지려고 했던 점도, 차분하면서도 가끔은 유쾌한 사람이란 점도, 은근히 약자를 챙기며 내가 실수할 때마다 챙겨주고, 배려해주며 펑펑울던 나를 안아주던 그 품도,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며 다시 만날 그날까지 괴로운 감정은 잊기로 했다. 어쨌든 많이 좋아하는 걸.
사실 얼마 전에 고백과 같이 고해스러운 편지를 SNS를 통해 전달했고, 거절을 들은 상태다. 첫머리는 배려가 가득한 메세지였고, 그 다음은 단호한 거절의 메세지였다. 사실 처음 메세지를 받았을 땐, 기운이 빠져 울었지만… 날이 갈 수록 홀가분해졌다. 사실 이건 내 잘못도 있는데, 그는 처음엔 내가 얼마나 아프고 챙겨야할 아이인지 알기 때문에. 나를 챙기려 노력한 걸 내가 자존심에 밀어내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것이… 그와 멀어진 최종 이유다. 사실 그때의 나는 그게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그 옆에서 내가 가까이 할 수는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빠를 최대한 밀어내는 거였으니까.
나는 성악을 잡았고, 동시에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나는 내가 선망하던 그처럼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는 나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싫다.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가 염려해준대로 행복할 것이며, 서툴렀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다시금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밀어내야할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도 괜찮을 사람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나도 그 사람처럼 되고싶다.
오빠, 오빠는 두 번 다시 나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만큼 새롭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내가 말하지 못하고 삼켜야만 했던 오빠가 정말 소중하다는 말도 하고싶어.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내가 이렇게나 사랑스럽다고 자랑하며 보여주고 싶어. 그러니까, 나를 잊지 말아줘. 이런 마음을 지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