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로움에 한 잔 걸치지 않겠나?

한 잔의 혼술, 작은 위로.

by Daae
한 잔 했어요~

취기를 빌려 상큼하게 쓰는 글. 어릴 적 술을 마시는 어른을 이해하지 못했다. 맛없고, 쓴 증류수를 알코올에 탄 무언가라니…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야.


그래서, 술을 즐겨하는 이를 멀리하기도 했다. 그 알코올의 매력을 알게 되는 길을 깨닫게 되고, 좋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외로움이 밀려왔다. 더 이상, 어릴적 봤던 동심어린 것에 위로받지 못했다. 갈 데 없던 곳, 나를 위로하듯 이끄는 혼자 앉을 수 있는 곳, 작은 이자카야 꼬치집. 아직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같은 맛없는 술은 마시지 못해 하이볼을 시키고, 야들야들한 닭다리살 꼬치를 입에 베어물었다. 시끄러운 대화들이 오고가는 속에서 머무는 고독감. 달콤한 취기에 이끌려오는 치유감.


어릴적 어른들이 다같이서 술을 마시며 신나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술자리에서 위로받지 못했지만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알코올을 빌려, 용기내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보는 거였구나.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시면, 침울했던 기분이 나아진다. 뒤이어 오는 안주에 한 번 감동한다.




중독 수준이 아니라면, 한 잔에 위로받는 문화는 괜찮다고 본다. 뭐든 균형이 중요하니까. 하이볼 한 잔, 두 잔. 소주 한 잔에 미래를, 술 한 잔에 아픔을. 취하고 싶을 땐 하이볼 세 잔.


오늘로 충분한 위로는 이제 그만, 내일로 나아가야할 시간. 즐거운 기분은 짧을 수록 소중하니, 혼술에게 너무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과한 짝사랑은 나를 좀먹으니까. 내가 술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하이볼 세 잔에 K.O 당한다. 약한척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마셔봐서 하는 말이다. 두 잔에 알딸딸하니까. 어른이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 혼술.


상심이 깊어져 한 잔, 내일을 위하여 두 잔. 부디 내일은 상심에 울지 않기를. 다시 동심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keyword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