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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함께 살아가기

나를 조금만 이해해주고 용서해 줄래요?

by Daae

나는 어릴적부터 ADHD판정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관심이 많고 뛰어난 부분은 잘하지만 관심없는 분야는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하지 않는 도파민 관련 질병이다. 이게 무슨 병이냐 싶겠지만 당사자는 정말 힘든 병이다. 이것때문에 양모와의 갈등이 더 심했고 방치 당했으며 따돌림도 자주 당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직업을 구하는 데에 트러블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과 언어와 창작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며 창작물에 깊이 이입하는 능력이 있다. 반대로, 수리능력과 건망증, 정리에 미흡한 점이 있어 일상생활 영위가 힘든 편이다. 내가 창작 작품을 볼 때 어린이용이나 최대 15세 이용가 작품을 고르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 몰입을 한 번 하고 나면 신경에 이상이 가기 때문이다. 지킬앤하이드 연출 오빠가 이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깊은 대화를 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기도 하다. 오빠, 늦었지만 제가 이런 상태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나는 폭력가정에서 자라 폭력 PTSD가 있다. 과한 평소 경계심이 많아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어, 그걸 억누르기 위해 밝은척을 하고 감정을 숨기고 있었는데… 버튼이 한 번 눌리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젠 많이 괜찮아졌다. 트라우마가 건드려진 건 그들의 고의가 아니었겠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래서 치료를 받고있다. 이런 나를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어요.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씩.



병의 불편함은 내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인간관계마저 망가뜨렸다. 이걸 알게된 재활시설 원장님은 경조증과 정동장애, ADHD와 주변 환경이 나를 망가뜨렸다고 보신다. 그걸 아시기에 더 세심하게 케어해주고 계신다. 다들 날 어쩔 줄 몰라 힘들어 했었다. 나도 날 힘들어하는 이들을 어쩔 줄 몰라 미워하고 서운해 했다.


트라우마는 이겨내고 있다.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알바를 쉬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겠지. 내가 만약 일찍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도 크다.


약은 콘서타 36mg을 받았다. 18밀리그램을 복용했다가 효과가 없는 게 보여서 늘린 것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면 안되겠지만, 이것이 날 구해주길. 도파민 지옥이 아니라, 평화로운 자극을 사랑하는 이로 이끌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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