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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아나?

by 김미현


일곱 번째 독일 방문.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괴산아저씨는 아들을 태우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떠났다.

그런데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온 아저씨의 얼굴이…

뭔가 이상했다.


“와그라노?”

“아니라.”


이건 ‘뭔가 있다’는 신호였다.


“와? 뭔데? 무슨 일 있었나?”

“아… 별건 아닌데. 트래킹 가기 전에 밥부터 묵으러 갔거덩. 리뷰 높은 데로 갔지. 근데 안 받는다는 기라. 자리가 없대여.”


아들은 창가 자리들을 가리켰단다.

비어 있었다고 했다.


“누가 예약했는갚지, 했더니 우리 아들이 죽어도 아니라는 거라. 가서 따져야 된다카대. 근데 그거 따져서 뭐하노. 싸워서 들어가서 뭘 묵는다 한들, 그게 넘어가겠나.”


아저씨는 잠시 멈췄다.


“근데 기분이 좀 그라더라. 이런 게 니가 말하던… 인종차별 그런 긴가?”


순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러다 아저씨는 금세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두 번째로 리뷰 좋은 데로 갔지. 근데 거긴 또 세상 친절한 기라. 내가 태어나서 젤 맛있는 감바스를 묵어봤잖아. 여섯 번이나 와서 맛있냐고 묻고, 애 하고도 계속 얘기하고. 둘이 막 웃고. 암튼 대박이었데이.”


잠시 웃던 아저씨 얼굴이 다시 굳었다.


“근데… 이상한 일이 있었어. 접시를 치워주길래 내가 무거울까 봐 들어서 건네줬거든. 근데 직원이 좀 당황하면서 웃는 기라. 나는 도와줄라고 한 긴데… 우리 아들이 그러면 안 된대여. 독일에서는.”


그리고 아저씨의 시그니처 질문이 터졌다.


“니는 아나?”


아이고…

이전에도 몇 번 말한 적 있었는데, 다시 까먹은 거였다.


“그치. 한국에서는 접시 들어서 종업원 주기도 하잖아. 그런데 여기선 그게 무례한 거래여. 그 사람 일에 손을 대는 걸로 본다카대. 접시 우째 치울지 다 계산돼 있을 수도 있는데 니가 갑자기 건네면 흐름이 깨진다고.

웃기제? 한국이랑 완전 반대라 생각하는 게 편해여.”


아저씨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도 늘 경비아저씨, 택배기사님, 배달기사님, 식당 직원들에게 인사성이 밝았다.

그의 자연스러운 배려가 이곳에서는 가끔 오해를 샀다.


그리고 그는 이해가 안 가는 건, 납득이 될 때까지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이다.

그때도 머리 위에 물음표가 주렁주렁 열린 얼굴이었다.


“와? 와 다른데?”


아저씨다웠다.


“보소. 그걸 와 다른데라고 물으면 내가 뭐라카꼬. 그냥 다른기라. 이 나라 사람들은 그렇대여.”


아저씨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엉뚱·발랄·유쾌함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또 다른 면이 고개를 들었다.

묵직한 침묵이 그의 어깨에 살짝 내려앉았다.

그것은, 이 낯선 나라가 던진 질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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