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를 나누는 정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허상

by Yong

파이를 나누는 정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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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그 이면에는 종종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무상 교육"이나 "청년 지원"과 같은 '착한 정책'의 본질이 결국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라는 재원의 문제로 귀결되듯,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구호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발전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파이를 비효율적으로 나누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다른 지역의 파이를 뺏어오는 착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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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선거철마다 우리 지역에 어떤 기업을 유치하고, 어떤 물류센터를 지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다.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당장 일자리가 생기고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그것은 새로운 파이를 키운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파이를 뺏어온 것에 불과하다.


내가 오래 살아 직접 그 쇠락을 목격한 경기도 군포, 안양 일대의 사례가 그렇다. 한때 그곳에 있던 LG와 LS 전선의 대규모 공장이 전주로 이전하면서, 지역 상권은 말 그대로 괴멸되었다. 반면 전주는 단기적인 호황을 맞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인구 유출이 많은 비수도권 지역에 공장 하나를 옮겨놓는다고 해서 지속적인 부흥이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수도권의 강력한 상권 하나가 무너지고, 지방의 도시는 반짝 호황 뒤에 다시 침체를 겪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명백한 손실이자 퇴보였다.


텅 빈 번화가, 그리고 흩어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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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역 일대와 안양 1번가는 한때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인파로 가득 찼던 강력한 상권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곳에 가보면 처참할 정도로 텅 비어있다. 번성했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셔터 내린 가게들만이 그 시절의 흔적을 희미하게 증명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곳에 살던 인구가 모두 전주로 내려간 것도 아니다. 상권은 무너졌지만, 서울과의 접근성 때문에 집값은 여전히 비쌌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전주가 아닌 평택이나 화성 같은 수도권 외곽으로 흩어졌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기업 이전은, 결국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지도, 지방을 살리지도 못한 채 한 도시의 구도심만을 급속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강제로 만들 수 없는 도시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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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산이나 울산처럼 성공적인 산업 도시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곳들은 애초에 항만이나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토박이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역사와 문화가 깃든 특수한 지역이다. 그런 도시의 생명력을 정치적 구호만으로 다른 지역에 강제로 이식할 수는 없다.


특히나 자녀 교육 문제는 기업 이전을 더욱 무력하게 만든다. 요즘 시대에 아이들의 학교를 옮기고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은 부모에게 큰 부담이다. 결국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해도, 직원 가족 전체가 따라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가장 혼자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한 주(州)보다도 작은 나라다. 이런 땅에서 '지역 균형'이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분산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눈앞의 표를 위해 다른 지역의 파이를 뺏어오는 낡은 약속을 반복하고 있다. 그 허울 좋은 구호 아래, 또 다른 도시의 골목이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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