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라는 이름의 폭력, 그리고 부모들의 착각

by Yong

성적이라는 이름의 폭력, 그리고 부모들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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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년간 사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중에는 내가 추천한 진로를 따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도 있지만, 안타깝게 길을 잃어버린 아이들도 많다. 그들의 실패는 대부분 공부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부모의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40점짜리 성취를 외면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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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나를 찾아온 한 아이는 기초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힘들다고 울며 "곱셈부터 다시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30분씩 일찍 수업을 시작해 곱셈부터 다시 가르쳤다. 그렇게 차근차근 기초를 쌓은 아이는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40점을 맞는 아이가 되었다. 0점에서 시작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그 성취는, 100점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고등학교 진학 시기가 되자, 그들은 "점수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 아이는 학원을 옮긴 뒤에도 한동안 주말마다 내 공부방을 찾아와 숙제를 하곤 했다.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자신의 성장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하지만 그 작은 신뢰의 끈은 부모의 조급함 앞에서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두 시간 통학길에 갇혀버린 디자이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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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꿈꾸던 한 여학생의 사례는 더욱 가슴 아프다. 나는 그 아이의 꿈을 응원하며, 국민대 디자인과에 진학한 내 제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아이는 의지를 불태웠고, 점수는 눈에 띄게 올랐다. 하지만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부모는 돌연 학원을 그만두게 했다.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면, 공부 쪽으로는 그냥 안 시키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아이에게 누누이 말했다. 디자인 전공으로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의 간판이 필수라고. 하지만 부모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는 통학에만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실업계 디자인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요즘 나는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6시쯤 차를 몰아 집으로 오다가, 그 시간에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서는 그 아이와 가끔 마주친다. 부모의 그릇된 신념이,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을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부모의 모순, 그리고 씁쓸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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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들은 요즘 부모들의 이상한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들은 마치 인생 2회차를 사는 것처럼 자녀의 삶을 재단하며,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혹은 "최상위권 아니면 의미 없다"는 극단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하지만 정작 인생 1회차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그 의도를 이해할 수도 없고,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가능성을 박탈당한다. 심지어 시험 기간에 "가족 캠핑은 빠질 수 없다"며 아이를 데려가 놓고, 시험 점수가 나쁘다며 컴플레인을 하는 모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교육 전문가인 나를 가르치려 들지만, 정작 교육 현장의 현실은 전혀 모른다. 그러다 자식이 사회에 진출해야할 나이가 되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부모들은 나중에 길에서 나와 마주칠 때 반갑게 인사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나를 피한다.


물론 사람은 자신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기 힘들다. 그러면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뒤에서 "그 학원이 별로였다"는 식의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 말이 경쟁 학원의 입을 통해 유언비어가 되어 내 귀에 들어올 때면, 나는 더욱 씁쓸해진다. 증거도 없고 따질 수도 없는 그 말들이, 이 업계의 스트레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연예계만큼이나 지저분하고 엉뚱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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