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는 길이였다.
연휴와 주말 사이에 끼어있는 금요일이다 보니 쉬는 회사가 많았는지,
보통 금요일 저녁 퇴근 모습과는 달리 지하철이 많이 한산하였다.
그래서, 책 읽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또, 운 좋게도 내가 서 있는 바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일어났다.
주변에 노약자 분도 계시지 않아서, 편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읽던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한참을 읽다가, 다음의 글에서 읽기가 멈췄다.
"나는 나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이 순간을 지배하는 일이다.
순간만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힘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종원>
"나는 '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라는 소제목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는 나를 공부한다'라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이 순간을 지배하는 일'과 '나를 공부한다'라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책을 덮고, 뜻을 알기 위해서 아래 문장을 계속 되뇌었다.
'나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이 순간을 지배하는 일이다.'
몇 번을 되뇌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이 생각에 머물러 있었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어, 나 내려야 하는 곳이 지났나?'
이 글을 읽기 전에, 분명히 내려야 하는 역이 몇 개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생각에 잠기면서 그만 깜빡 잊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깜깜한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라 다음이 무슨 역인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만, 2개 역을 지나쳐 버렸다.
'에고, 2개 역이나 지나쳤네. 그래도 책을 읽었으니 괜찮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반대편 승강장으로 걷다가 이런 생각이 났다.
'어, 뭐지, 이건가? 이 순간을 지배한다는 것이? 아 맞네. 나는 방금 이 순간을 지배했어!'
내가 내려야 하는 역에 신경 쓰는 대신에,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깊은 생각에 빠지면서 나는 순간을 지배했었던 것이다.
이 내용을 읽기 바로 직전부터 2개 역이 다가오는 그 시간 동안은
나에게 흐르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멈춰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한 생각에 몰두하여 2개 역을 지나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2가지를 공부했다.
첫째,
나도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체,
깊은 생각에 잠길 수도 있구나, 였다.
이렇게 빠져 있는 시간은 그저 의미 없이 흘려버리는 시간이 아니었다.
자신을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
예전에도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주로, 딴짓을 하다가 지나치거나 졸다가 지나치거나 했다.
이때는 내리면서 스스로에게 짜증을 부렸다.
'IC, 2개 역이나 지나쳐서 왔네'
그러나, 이번에는 짜증을 부리는 대신에,
'책을 읽었으니 괜찮다'라고 하는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일에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몰두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몰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
자신을 공부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