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와 외계문명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의 '탄나' 같은 외딴섬들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석기시대를 살아가던 원주민 부족들이 있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쇠로 만든 새(수송기)가 내려와 활주로를 닦고 기지를 건설했다.
미군들은 그들에게 통조림, 의약품, 옷가지 등 전에는 본 적 없는 놀라운 물건들(화물, Cargo)을 나눠주었다.
미군 중에는 원주민들과 같은 흑인들도 있었고, 그들은 책상에 앉아 종이를 넘기는 의식을 하기도 했으며,
긴 막대기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하늘을 향해 말하면(무전) 그때마다 화물이 도착하는 것을 목격했다.
원주민들의 눈에 군인들은 마치 신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기적과도 같은 물건들을 끝없이 가져다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군인들이 떠나자, 이 '화물'의 공급도 끊겼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신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기이한 의식을 시작했다.
그들은 짚과 나무로 비행기, 관제탑, 활주로 모형을 만들고, 군인들이 하던 행진이나 구령을 흉내 내며 '화물'을 실은 신들이 다시 강림하기를 빌었다.
이것을 학자들이 '화물 신앙(Cargo Cult)'이라고 부른다.
이는 외부 세계의 '충분히 발달한 기술'이 원주민들의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마법'이자 '종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리처드 도키스 ‘만들어진 신’, 유튜브 '화물 숭배 다큐' 등 참조)
위의 사례는 영국의 유명한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 (Arthur C. Clarke)의 “충분한 기술적 격차는 신적인 격차와 구별할 수 없다" 것과 일맥 상통하는 말이다.
UFO와 외계문명 문제의 핵심은, ‘그들은 실재하는가?’라는 과학적 물음과 ‘그들의 존재 가능성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인문학적 질문이다.
이 두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갈래의 길을 따라왔다.
하나는 우주의 인공 전파를 찾거나(SETI),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우주적 탐색’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주변의 정체불명 그림자를 쫓는 ‘지구적 추적(UAP 현상)’이다.
만약 외계에 우리처럼 전파를 사용하는 문명이 있다면, 그들의 통신 신호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활동은 거대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 곳곳을 샅샅이 훑어 이들이 보내는 전파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77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빅 이어' 전파 망원경이 포착한 'Wow!' 신호이다.
72초간 지속된 이 강력하고 독특한 신호는 자연 현상이라고 규명하지 못함으로써, 외계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자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신호는 그 후 다시 포착되지 않아, 그 정체는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있다.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 세티가 얻은 유일한 공식적인 대답은 귀가 먹먹할 정도의 우주적 ‘침묵’이다.
그러나, 외계 행성 탐사 분야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케플러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덕분에 우리 은하에만 수십억 개의 행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특히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위치한 행성도 수천 개를 발견했다.
최근에는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메탄 등 생명의 잠재적 증거가 될 수 있는 기체를 찾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By ESO/M. Kornmesser - https://www.eso.org/public/images/ann16056a/, CC BY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0869082 출처 위키백과
우리는 이제 생명이 존재할 수도 있을 법한 수많은 ‘무대’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무대 위에서도 ‘배우’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우주 전체가 침묵하는 동안, 정작 우리 지구의 하늘에서는 미확인 현상에 대한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군 조종사들의 미확인 현상 보고가 잇따르자, 미 국방부는 ‘UFO’ 대신 ‘UAP(미확인 공중 현상)’라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며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144건의 UAP 중 143건이 미확인 상태로 남았으며, 일부는 현재 기술로 설명 불가한 비행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확인 상태의 UAP 현상이 있다는 것이 곧 외계인 출현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는 정부가 UAP 현상의 실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계기가 된다.
하늘의 ‘그림자’가 더 이상 개인의 착각이나 공상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설명되지 않는 UAP가 있다 해도, 대부분의 목격담은 현실적인 원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우선 많은 경우가 유성, 밝은 행성, 구상번개 등 자연현상의 오인이다.
그리고, 인공위성, 드론, 특히 최근에는 스타링크(Starlink) 위성 군집을 오인하는 경우다.
또, 카메라 착시 현상이나 스텔스 같은 비밀 군사 기술의 오인 등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현상은 정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설명되지 않는 소수’의 사례들이 UFO 현상이 가진 미스터리의 핵심을 이룬다.
그 미확인 현상의 일부가 정말로 외계에서 온 방문자라면, 우리는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흔히 동등한 두 주권 국가의 대사가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넘을 수 없는 거리의 벽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약 4.2광년)조차 인류의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수만 년이 걸린다.
이 광대한 거리의 장벽을 넘어 지구에 도달한 문명과 우리 사이의 기술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는 곧 위계질서 문제로 이어진다. 최신 기술을 가진 현대인이 수만 년 전의 원시인과 만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의 기술은 그들에게 불을 마음대로 일으키는 마법이며, 하늘을 나는 신의 권능일 것이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은 창조의 조화로 비칠 것이다. 우리의 지식 또한 신의 지혜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즉, 아서 C. 클라크의 말처럼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신’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지구를 방문할 정도의 초고등 외계 문명과 우리의 관계는 결코 동등한 동료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만남’이 아닌, ‘계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마치 개나 고양이가 인간의 주식 시장을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는 그들의 동기와 윤리를 이해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은 경외감 이전에 공포를 안겨준다.
그렇다면 그 신적인 존재는 어떤 얼굴로 우리를 찾아올까?
첫 번째 얼굴은 정복자다. H.G. 웰스의 『우주전쟁』부터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르기까지, 이 이미지는 인류의 공포를 자극한다.
『우주전쟁』 속 화성인은 우리에게 적대감이 없다. 단지. 우리가 적대감 없이 곤충을 채집하고 미생물을 박멸하듯, 화성인은 지구문명을 소멸해 나간다.
우리에게는 다른 문명을 정복하고 착취했던 역사가 있다.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가 나타났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두 번째 얼굴은 좋은 외계인, 즉 구원자다.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의 클라투는 인류에게 "평화롭게 살거나, 지금처럼 파괴적인 길을 고집하여 말살당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그의 구원은 따뜻한 자비가 아니라, 인류를 미성숙한 아이로 취급하며 내리는 엄격한 계율에 가깝다.
한편, <컨택트(Arrival)>의 외계인 ‘헵타포드’는 해결책을 직접 주지 않고,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언어’라는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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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류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확장시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가장 심오한 형태의 구원이다.
세 번째 얼굴은 가장 철학적인 방관자다. ‘동물원 가설’로도 불리는 이 시나리오에서 외계인은 우리를 그저 지켜본다.
그들은 개미집을 관찰하듯 우리를 연구하거나, 혹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더는 개입하지 않는 신과 같다.
이들의 무관심은 적대감보다 더 큰 공포를 안겨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류의 모든 희로애락, 우리의 위대한 예술과 처절한 전쟁이 우주의 진정한 권력자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방관하는 외계인은 우리의 우주적 하찮음을 가장 잔인하게 확인시켜 주는 존재일 것이다.
UFO 문제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들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고등 외계인과의 조우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단 하나 즉, '희망' 마저 빼앗아 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앞의 동네 유치원 축구는 의미가 없다. 압도적 고등문명 앞에서 우리의 종교, 철학, 예술, 정치체계 등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수많은 기둥들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처럼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가 일종의 유예기간이자 축복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월한 존재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엄청난 중압감 없이, 우리 자신의 힘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외계문명의 ‘침묵’은 마치 소설 『삼체』(저자 류츠신)에서 그들이 인류에게 부여한 ‘400년’의 시간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고, 우리에게 40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인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적인 문명’ 앞에서 400년이라는 시간은 기술적 격차를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어쩌면, 400년이라는 유예 기간은 기술 개발의 시간인 동시에, 인류 문명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정립하고 윤리적으로 성숙해야 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의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면,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예술인가, 철학인가, 사랑인가, 아니면 우리가 믿는 신들인가?
지난 400년 동안 인류는 르네상스를 맞아 인류의 가치를 드높였으며, 뉴턴 등에 의해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루었고, 산업혁명과 의료발전, 인터넷 혁명 등을 통해 인류문명의 폭발적인 번성을 이루어 왔다.
앞으로의 400년은 인류의 가치를 우주로 '확장'하고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위대한 우주적 르네상스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전쟁은 400년 뒤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마음속에서 같은 지구종족임을 자각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