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Star)
별들이 쏟아 질 것 같은 산속에서 양들을 돌보는 알퐁스 도데의 젊은 목동.
그에게 농장 주인댁의 아름다운 아가씨 '스테파네트'는, 하늘의 별처럼 아득하고 순결한 존재였다.
어느 날, 보급품을 가져다주기로 한 일꾼 대신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새를 타고 직접 산 위로 올라왔다.
갑자기 폭풍우가 쏟아져, 계곡물이 불어나 산을 내려갈 수 없게 된 아가씨는 목동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목동은 오두막을 내어주고, 밖에서 불을 피우며 밤을 지새우는데, 아가씨가 늑대 울음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왔다.
목동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곁에 앉히고, 밤하늘의 별들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과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가씨는 어느새 목동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목동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자기 어깨에 기대어 잠든 '별'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빛나고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지금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빈센트 반 고흐는 1888년 아를의 노란집에서 폴 고갱과 다툰 후 자기 귀를 잘랐고, 그 후 정신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그는 정신병원의 다락방에서 창문에 비치는 밤하늘을 보며 그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을 그렸다.
그의 별은 차갑고 정적인 점이 아니라, 거대한 불꽃처럼 타오르고, 소용돌이치며, 캔버스 밖으로 터져 나올 듯이 펄떡인다. 마치, 정신병원에서 뛰쳐 나오고 싶은 것처럼.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프랑스 지도 위에 검은 점으로 표시된 도시나 마을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듯이, 우리는 별에 가기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By 빈센트 반 고흐 - 구글 아트 프로젝트 — bgEuwDxel93-Pg,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5498286 출처 위키백과
윤동주 시인은 어릴 적 간도에서 자랐고, 그 후 서울의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다녔다.
청년 윤동주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기숙사 방에 앉아 시(詩)나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1941년 11월 5일에 <별 헤는 밤>을 썼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와..."
그리고, 멀리 간도에서 맺은 모든 그리운 인연들의 이름들을 불러본다.
그러나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목동은 별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보았고, 고흐는 천국에로의 꿈을 보았으며, 윤동주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보았다.
밤에 별을 헤는 것은 별 빛에 비추어 자신의 영혼 가장 깊은 곳을 헤아리는 것이리라.
별(항성, 恒星)은 중심부의 핵융합 반응으로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이며, 우리 태양이 가장 가까운 예이다.
모든 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먼지와 가스 구름, 즉 ‘성간운(星間雲)’에서 태어난다.
이 성간운의 일부가 어떤 계기로 뭉쳐져, 중심부가 1,000만 °C 이상의 온도와 수천억 기압의 압력에 도달하면,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이 시작된다.
이 핵융합으로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가 마침내 빛이 되어 우주로 뿜어져 나올 때, 하나의 온전한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별은 핵융합 덕분에 수백만 년에서 길게는 수천억 년까지 자신의 크기나 밝기를 거의 바꾸지 않고 안정적으로 빛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은하에만 약 4,000억 개의 별이 있다.
우주 전체에는 약 2조 개의 은하에 담긴 약 2,000억 조 개 이상의 별들이 존재한다.
가스 구름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모든 별의 일생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태어날 때 부여받은 각자의 ‘질량(무게)’이다.
먼저, 태양처럼 비교적 가벼운 별들은 조용한 죽음을 선택한다.
중심부의 수소 연료가 고갈되면, 별의 외부 대기층이 부풀어 오르며 붉고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변모한다.
이 적색거성은 자신의 외부 가스층을 더이상 붙잡지 못해, 행성상 성운이라는 아름다운 형태로 우주에 날려 보내고, 중심에는 뜨거운 핵만이 남아 ‘백색왜성’이 된다.
이 작고 밀도 높은 별은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남은 열로 희미하게 빛나다가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식어간다.
약 50억 년 후 우리 태양 역시 이 길을 걸을 것이다.
반면,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태양 지름의 수백 배 이상으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며 매우 밝게 빛나는 ‘초거성’이 된다.
이들은 중력이 매우 강해져 작은 별들이 하던 ‘헬륨 핵융합’ 외에도, 탄소, 네온, 산소, 규소 등 무거운 원소들을 차례로 만들어 낸다.
이 핵융합 반응은 ‘철’을 만드는 순간 끝이 난다.
철은 핵융합을 해도 더 이상 에너지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별의 심장은 자신을 떠 받치던 동력을 잃고,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붕괴한다.
이로 인한 엄청난 반동과 충격파가 별 전체를 산산조각 내며 폭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온·고압 환경은, 철보다 무거운 금, 은, 우라늄과 같은 우주의 모든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우주에 흩뿌린다.
바로 이 초신성의 잔해들이 다시 뭉쳐 태양과 지구 같은 천체들이 만들어졌고, 마침내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탄생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소는 까마득한 과거 어느 별의 마지막 선물이었기에, 우리는 말 그대로 ‘별의 후예’이다.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별의 중심핵은 ‘블랙홀’이 되거나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천체인 ‘중성자별’이 된다.
지구로 부터 6,500광년 거리의 게 성운은 초신성 SN 1054 의 잔해이다.
By NASA, ESA, J. Hester and A. Loll (Arizona State University) - HubbleSite: gallery, release.,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16106 출처 위키백과
1780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 대륙 군은 13개 식민지에서 그러모은 민병대의 불안한 연합에 가까웠다.
5년째 이어진 전쟁의 피로 속에서 군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제복조차 통일되지 않아 사냥복, 누더기 군복, 빼앗아 입은 영국군 복장까지 뒤섞여 있었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지휘관을 식별할 방법의 부재였다.
유럽의 군대와 달리 통일된 계급장이 없었던 탓에, 전투 현장에서 명령을 내려야 할 지휘관을 한눈에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시각적 혼돈은 곧 명령 체계의 붕괴를 의미했다.
고심하던 총사령관 죠지 워싱턴은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군대의 통일된 정체성을 심어줄 상징으로 하늘의 ‘별’을 선택했다.
1780년 6월 17일, 총사령관 일반 명령(General Order)에서 워싱턴은 장군들의 계급을 어깨에 부착하는 '은성(Silver Star)'의 수로 구분하도록 명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별 세 개를 부착했다.
하늘의 별이 가진 ‘권위’와 ‘길잡이’의 상징성을 군 최고 지휘관의 역할에 비유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승리를 이끄는 희망의 빛이자, 신생 공화국이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이는 새로운 공화국의 지휘관은 혈통이 아닌 능력과 대의에 의해 권위를 부여받는다는 공화국의 이상을 시각적으로 웅변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다는 평가도 있다.
워싱턴의 별 계급장 도입은 패배의 위기 속에서 ‘오합지졸’을 하나의 ‘대륙 군’으로 묶어내는 상징적 조치였다.
혼돈의 어둠 속에서, 그는 비로소 질서와 희망의 빛을 찾아낸 것이다.
Charles Peale Polk 가 그린 초상화로, 제작 시기는 1790년경
시인 아티쿠스는 말한다, "각각의 별은 아마도 누군가의 태양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저 수많은 별 중 하나일 뿐이지만, 우리의 해처럼 그 별은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는 삶의 중심이자 빛의 근원인 태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상에도 무수한 별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밤하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서류 더미에 파묻혀 무기력해 보이는 저 회사원은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자녀들의 하루를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든든한 태양이다.
사회의 힘들고 험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그 사람은, 정직한 땀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랑스러운 가장이자 태양이다.
조금 더디어 보인다고 여겼던 아이의 순수한 미소는, 부모의 지친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태양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지극히 일부일 뿐, 그가 자신의 우주에서 얼마나 뜨겁고 밝게 빛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태초의 빛을 품고 태어난 존재이며, 누구나 자신의 우주에서 찬란하게 빛날 권리와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상사들이여, 그대들도 태양이지만, 직원들도 다 어디에선가는 태양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