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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 로비, 얇은 선

결국 공익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by 김의겸

정책은 혼자 만드는게 아니다.

국회에서 일하다 보면 부처 공무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단체와 기업들이 국회를 찾는다. 그리고 “법을 바꿔달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정말 많이 한다.

대한민국에서 로비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금품을 받고 입법을 추진하거나 도와주는 것이 전부 불법이기도 하고. 실제로 언론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입법과 예산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처벌받은 정치인도 많다. 그러나 정말로 로비가 아예 없을까?


공익의 로비, 사익의 로비

21대 국회에서만 4년간 2만 5천 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의원 1명이 방송도 하고, 지역구민도 만나고, 해외 순방에 다양한 미팅에, 지선과 대선의 선거까지 챙기며 1년에 20개 이상 법안, 수백 개 조항을 직접 검토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국회에는 다양한 단체와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설명, 설득이 드나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돈과 자리를 대가로 입법을 추진하는 건 불법이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의 입법 요구는 합법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을 위해 ‘민식이법’, ‘사랑이법’처럼 법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공익적 목적의 입법은 당연히 유권자에게 좋은 인식을 주기에, 의원들에게 추진할 명분이 충분하다.

문제는 공익과 사익 사이의 회색 지대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 허용 법이 통과되면 국민 편의는 늘지만, 관련 기업은 이익을 얻는다. 국민의 편의와 기업과 개인의 이익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다.

사실 웬만한 법은 공익을 위하면서도 사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단체와 기업들은 사익을 위한 법을 열심히 포장하기 바쁘다. 때로는 언론을 활용해 여론을 움직이기도 하고, 보좌진 출신으로 구성된 대외협력 직원을 열심히 국회로 보내 설득하기도 한다.


선을 지키는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지금도 많은 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법들 상당수가 공익을 위한 것이면서, 누군가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법의 공익적 목적이 정말 공익적 결과로 이어질지, 사익보다 공익이 더 클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결국 그 얇은 선을 지켜야 한다.

다들 좋은 얘기를 잔뜩 늘어놓으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려 든다. 당연히 국민과 국가를 위해 좋은 법들이다. 그러나 항상 신중하고 의심해야 한다. 그 사람들의 말에 눈과 귀가 가려진 건 아닌지, 한 쪽의 논리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을 지키는 균형감각

대한민국은 로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돈과 권력이 결탁해 공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면 현실과 멀어진 정책이 나올 것이다.

필요한 건 균형감각이다. 외부의 목소리는 듣되, 그 속에 담긴 사익을 간파하고 공익의 무게와 비교할 수 있는 힘. 그 선을 지키는 힘은 결국 의원과 보좌진 스스로의 양심과 신중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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