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면 까. 까라면 까라고.

네?

by 몽글몽글

대기업 출신의 부장님이 요청하신 우리 회사 복지는 한 달에 1번 퇴근을 일찍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동일한 시간에 퇴근을 한다. 먼저 퇴근하고 나가는 옆팀원 분이 멀리서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저분은 퇴근 안 해요?”

“회사로 전입신고 하셔서 여기서 살고 계세요.”


나에 대한 이야기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여기가 집인지 회사인지 한숨에 젖은 소리를 내고야 만다. 정이 없다는 말을 듣는 실장님 한분이 와서 빵을 슬쩍 건네고 가신다.


오늘은 분명 오전에는 팀회의, 오후 1시가 되면 다 같이 나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같은 회의는 끝은 났어도 불똥이 튀어 돌아와 잔업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유독 오늘은 부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 팀원 한 명에게 화가 난 것이 회의록을 작성하느라 타자소리를 내는 나에게 꽂히고 말았다. 모두가 이해하는 화풀이타임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인턴마저도 나에게 와서 어깨를 살짝 만지고 갔다.


의문이 들었다. 내가 무얼 잘못했지? 저번주에는 내가 작성한 계약서가 잘못 되었다며 부장님께 크게 깨졌다.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다시 돌아와 확인한 계약서는 알고 보니 나의 잘못이 없었다. 직책이 있으니 사과는 하지 않으실 거라는 말과 함께 심심치 않은 위로를 전해주는 옆팀 선배님만이 있었다. 유독 남에게 관심 없는 선배였음에도 이건 억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억울함이 가시기도 전에 시작된 날림은 오늘따라 아프게 찌르고 들어왔다.


감정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처리, 곧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모든 것을 접어두고 업무를 하나씩 정리한다. 정리하면 할수록 지나가는 시간은 내 업무리스트의 빗금과 정비례곡선을 그려간다. 마지막 빗금을 치고 살짝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본다. 어느새 나만 혼자 남은 사무실이 공허하게 다가온다. 내일 해도 충분한 업무임에도 다 정리를 하고 간 이유는 내일 부장님께서 또 새로운 업무를 주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유독 마음이 힘들어서 괜히 엘리베이터 숫자를 멍하게 바라본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지친 날은 집을 가는 게 힘들다. 또 오늘 정류장에 앉아서 30분을 보내고야 말겠지.


자꾸만 서투른 내 감정들에 어떤 위치에 두어서 경험으로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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