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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Oct 28. 2015

인간, 믿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일까?(오편)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와 올바른 생각의 구축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인간은 대체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처음엔 믿고, 그 다음엔 생각하며, 이를 검증해 보고 난 뒤, 확고한 자기 기준으로 확정합니다. 이후에는 더 이상 여기에 대해 회의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죠. 흔한 말로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으니까요. 사실 책에서 읽었고, 삶에서 느꼈고, 경험에서 얻었고,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적용시켜보고 수정해오다 보니 의심의 여지가 많지 않죠. 자기의 믿음이 주관적이지 않고 객관적이며, 다른 사람 못지 않게 보편적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비판하고 판단하며 평가하라
믿음과 생각을 구분해야

그런데 돌이켜보면 생각했다기 보다는 그렇게 믿고 살아온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사실, 나의 믿음과 생각은 혼동하기 쉽습니다. '난 이렇게 생각해.'라는 말을 '난 이렇게 믿어.'라는 술어로 대체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라는 말을 '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믿어'라는 말로 대체해 본다면, 정말 내가 생각했다고 여겼던 것들이 그저 나의 믿음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믿음이 생각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의 믿음을 하나 하나 회의해 보아야 하죠.


다시 말해, 생각한다고 했을 때, 그 생각엔 비판과 판단과 평가라는 정신 활동이 함께 해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배웠고, 나는 이렇게 깨달았고, 나는 이렇게 알았다는 것은 그저 믿음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배우고 깨닫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비판하고 판단하며 평가할 수 있어야 그 믿음이 진정 살아있는 지식으로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것이죠. 기존의 믿음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 나의 믿음을 지속적으로 신뢰해도 되는 것인지, 나의 나만의 믿음은 아니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방법적 회의 =
참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

이러한 정신 활동에 있어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깊은 영감을 던져줍니다. 방법적 회의란 자기가 갖고 있는 인식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기하는 의심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참된 인식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근거 없는 믿음, 불확실한 믿음 등을 버리고 명석판명한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여 그 위에 정확한 지식 체계를 쌓아가려는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그저 의심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진정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회의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선언은 이러한 방법적 회의 속에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권위자들에 기대고, 관습을 따르고, 느낌에 의존하고, 착각을 인정하지 않고, 환상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버리고 오직 자기의 생각을 통해 얻어진 인식으로 지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는 심지어 계산이 틀릴 수 있다는 이유로 수학마저 의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게 수없는 회의를 통해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아무리 의심해도 의심할 수 없는 것
나는 생각한다, 라는 사실

일상적이고 당연하다 여겼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현상의 원리와 구조를 파악하고 여러 방식과 표현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곧 철학이란 학문의 기본입니다. 자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세상에 대한 자기 이해를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의 믿음에 대해 수천, 수만 번 회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고, 이것이 정말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 수천, 수만 번 적용해 보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죠. 더 듬쑥한 깊이와 더 확장된 사고를 원한다면 엄격한 반성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믿어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의 생각을 비판하고 판단하며 평가하는 것도 귀찮게 느껴질 일입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기의 앎과 믿음에 대해 회의해 본다면 생각의 능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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