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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Dec 22. 2016

50화 홍시의 미학

<단상44>

겨울에 어울리는 홍시다. 왜 가을이 아닌 겨울이냐고? 겨울이 되어야 그 맛이 더 생각나니깐. 홍식의 미학이 그 미학이냐고? 당신, 좀 다르게 질문할 수 없을까? 하고 질문하고 싶게 만드는군.
난 어디서 왔남?
주물럭거리다 만 것 같은 이 홍시엔
그 나름의 미학이 숨어 있지. 아름다움을 판별하는 것엔
당장 눈에 들어오는 선 면 색감 질감만큼이나
언제부터 볼록해졌고 어디서부터 오목해졌는지
경과한 시간와 머무른 장소와 그곳에 닿은 발길과 놓치지 않은 손길이 있지.

언제 내 손에 들어와 누구의 손을 거쳐 왜 그곳에 태어나 열리고 닫히며 떨어지고 피어오르기를 수 차례,
쭈글쭈글 건조함에 익어버린 홍시엔
이제 텅 빈 공기가 차올라 볼품없이 말라가는데
어느 누구의 인생이나 그 결말은 모르는 법
때론 이 겨울에 저 얼룩진 껍데기의 대비만큼이나 익어가는 속의 꽉찬 만큼이나
맛보는 이의 혓속 찐득함이나 입안 한가득 차오르는 달콤함

넣어보지 않고는 모를, 맛보지 않고는 모를, 태어나지 않고는 모를, 단절되지 않고는 모를, 끝선 앞에 서보지 않고서는 모를, 그 알 수 없는 순간의 모퉁이에 서서
그것을 틀어 절벽에 서서, 다시 뒤돌아보면 다가서는 한 사물의 모습이 있나니

여태 난 무얼 향해 떠들었던가
앙~
깨무는 한 입
보라, 눈 앞에 펼쳐진 존재의 향연을
- 띵커벨

*미디어와 톡을 엮은 감성 매거진


^엮인 글 : 1화 가을 하늘 공활한데 여유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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