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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an 08. 2017

<맹자>, 시민의 필독서인 이유

시민이 군자이고 정치의 주체이므로

철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는 곧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인지도 모른다.
- 사색업자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군자의 도. 군자가 따라야 할 길. 군자라면 이렇게. 이것이 <맹자>의 내용이라 간추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인들이 읽으라고 던져준 책이 아니죠. 오늘날에도 <맹자>가 고전의 지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이라 부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리고 대중이 살아가는 방식이, 그리고 대중의 사회적 위치가 격상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산층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산층이 과거에 제왕에 버금가는 부와 문화를 누리고 있는 현대 사회죠.

제왕처럼 살고 있고
군자처럼 살아야 하는 우리 시대

이는 200-300년 사이에 나타난 인류의 변화이고 대한민국 역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이죠. 누구나 인간이 되기 위해, 누구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맹자>를 본다는 것,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 대중이 윤리에 대해 고민하고, 경제에 대해 걱정하며, 정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일들은 오랜 옛날엔 그저 소수의 제왕들이나 귀족들에게 해당하는 일과였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의 대중이 꽤 멋져 보이지 않나요?


여기에서 맹자가 말한 '항산'과 '항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맹자는 군자라면 항산이 없어도 항심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말 군자라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있겠죠. '항산'이라 하면 요즘 말로 '생계의 안정'이고 '항심'이라 하면 '개인의 신념'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군자라면 생계가 불안정해도 자기만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지만 소인이라면 생계가 안정되었느냐 불안정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신념도 왔다갔다 한다는 의미겠죠. 어느 시대나 생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항산(생계의 안정) 그리고 항심(개인의 신념)
양자의 조화가 정치의 목적

과거에는 그저 산속에 파묻혀 풀이나 뜯어 먹으며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도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물론 배를 곯아야 하고 똥구멍 찢어지는 일을 겪어야 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뿌듯한 마음으로 살 순 있었겠죠.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상황에 과연 누가 군자처럼, 또는 군자가 되어 살아가려고 할까요. 더군다나 조용히 살고자 어디 시골 산골에 파묻히려 해도 누군가 와서 별장을 짓고 콘도를 건설하고 유원지로 만들어 버리니 군자 노릇 해먹기도 백 배 더 힘든 시대입니다.


게다가 군자라면 그저 산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 백성을 궁휼히 여겨 그들을 구제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제왕들이나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맹자의 이상적 인간인 '군자'에 어울리지 않는 부류들이죠. 정치란 민생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오직 권력의 획득에만 눈 먼 자들이 그것에 관심을 둘 리가요. 맹자가 이상적 인간인 군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항산은 있다 할지라도 항심이 없는 자들 역시 소인배에 불과합니다.

오늘날의 군자 = 교양을 갖춘 민주 시민
그리고 그들의 필독서인 <맹자>

맹자는 '인'과 '의'를 해치는 제왕은 시정잡배놈에 불과하니 제왕이라 칭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았습니다. 항산과 항심을 유지하는 것이 제왕의 할 일이자 정치적 정당성의 기준으로 보았죠.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갈 주체가 그저 몇몇 정치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다수의 시민들로 바뀌었다는 점이죠. 시민의 생활 수준과 의식 수준 또한 시민들 스스로 쟁취해 나가야 할 몫입니다. 이것이 <맹자>가 정치인의 책이 아닌 시민의 필독서인 이유이죠.


정치인은 <맹자>를 읽지 않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온갖 잔소리로 가득한 책인데 즐거울 리가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을 가질 수 있는 시대이고, 항심이 있어야 나눠줄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오늘날의 군자는 교양을 갖춘 민주 시민이고, 그들이 곧 중산층의 표준 모델이라 할 수 있죠.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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