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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26. 2018

소비 대신 생각으로, 인문학 트렌드의 진화

대한민국 인문학 트렌드를 짚다

철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는 곧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인지도 모른다.
- 띵커벨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인문학은 Humanities 의 번역어다. 이 용어는 Humanity, 인간 또는 인간성에 관한 탐구가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학 중심의 중세 시대를 벗어나 바야흐로 인간에,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탐구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유럽인들은 이 시대를 거치며 철학, 문학, 역사, 과학, 수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고 이는 이제 인류 모두의 성과가 되었다. 이때부터 쌓인 인간의 지식은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곧 ‘교양’이 되었다.

인문학 = 교양
인간이 쌓아온 모든 것

요즘 사용하는 인문학의 뜻을 헤아려 보면 ‘교양’이라는 말에 더욱 잘 어울린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이유도 이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높은 학력과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코드이기 때문이다. 진정 공부를 하고 싶다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이 필요할 테지만 사람들에 필요한 것은 고차원의 공부가 아니다. 인생을 바쳐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 배우고 싶은 취미이고, 직접적으로 학문을 탐구하기보다는 지적 욕망을 추구하는 문화 현상에 가깝다.


한편으로,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최근 20여년 동안 점차 커지는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많은 시민들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성실함이 강조되었고 성실하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이루었던 지난 세대의 교훈이 낡은 얘기에 불과함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죠? 하면, 이에 관한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지적 욕망을 추구하는 현상
삶의 문제를 이해하려는 욕구

하지만  인문학이 가진 벽은 의외로 높다.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다. 더군다나 전문가들의 말은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 해도 그걸 쉽게 풀어주는 건 그가 학문에서 성취했던 것과는 또다른 문제이다. 독자나 청자 입장에서는 지적 욕망을 추구하면서 이것이 지루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렵지만 알기 쉽길 원한다. 지적 탐구보단 ‘재미난 전달’이 더 중요하였다. 이러한 인문학의 진입 장벽과 사람들의 요구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인문학 트렌드를 형성했다.


문제는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이는 적고 소비하려는 이는 많다는 데 있다. 좋은 책의 기준은 훌륭한 내용이 아니라 쉬운 전달에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팔리는 책을 만들고 저자 역시 팔아야하는 내용을 써야 한다. 인문학 방송 또한 인문학자들이 아닌 연예인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인문학 본래의 목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나 사색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났다. 인문학을 파는 사람들은 인문학적이지 않고 인문학을 소개하는 사람들은 인문보단 방송에 더 적합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더 많이 팔리는 만큼
인문학의 수준 또한 높아져야

물론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준다. 문제는 인문학을 배우려 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인문학은 수많은 사람들이 쌓아온 생각의 결과물이다. 지식을 습득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좋으나 결국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로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곧 인문학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더 많이 소비되어야 한다. 여기에 기대 살아갈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그렇지만 생각은 소비할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한 소유할 수 없으므로.

인문학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만큼 인문학의 전문성 또한 깊어져야 한다. 그것이 인문학 트렌드의 진화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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