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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28. 2016

철학과 개똥철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차곡차곡 철학하기(이편)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개똥철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개똥철학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으나, 참 향토적이라 정감이 가죠. 과거에 흔하게 흔하게 널린 개똥, 어디 쓸 데도 없는 개똥,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별 볼일 없는 말들이라 개똥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릅니다. 가식과 위선의 겉치레로 포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장과 허풍으로 둘둘 말은 것도 아니며, 해학과 풍자처럼 무언가를 비판하고 조롱할 의도도 없으니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 만들이 다 개똥철학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하나 정도는 간직한 인생의 깨달음
그것이 개똥철학

사실 개똥철학이란 어느 정도 재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이죠. "인생 별 거 있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누군 밥 안 먹고, 누군 똥 안 싸?" 라거나 "사랑은 변해. 그러니깐 오늘 내 마음도 진심이야." 라거나 " 라거나 "돈이 뭐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라는 말들이 대표적으로 개똥철학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게 개똥철학이야? 하고 의심하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주 하는 말들이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개똥 같은 말들은 아니기 때문이죠.


재밌게도 살아보면 이런 말들이 진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헛소리 같고 뻘소리 같고, 들어보면 저게 뭔 소린가 싶고 사실과는 다른 얘기 같은데, 나이 들면서 세상사를 겪다 보면 이것들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죠. 경험해 보니, 그 말이 맞으니까요. 겪어보니 그러니까요. 에둘러 하는 표현이고, 대충 두드려 맞추는 표현인데 틀린 게 없죠. 그래서 수긍하고 공감하고 웃음도 나고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왜 이게 개똥철학이냐고요? 진짜 철학 아니고?

삶의 깨달음과 철학은 달라
그래서 개똥같진 않더라도 개똥철학

네, 철학이 아닙니다. 삶의 깨달음이 곧 철학은 아니죠. 그래서 철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얘길 하자는 게 아니라 그래서 철학과 생활 속의 깨달음은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개똥철학'은 바로 이 '생활 속의 깨달음'을 가리키죠. 물론 개똥같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학문은 아니라는 점에서 개똥철학에 해당합니다. 학문은 논리정연하고 다른 경우나 상황에서도 적용되어야 하지만 이런 점에서 개똥철학은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철학이라 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해서 개똥철학이 철학보다 못나거나 무의미한 얘기는 아닙니다. 그 나름대로 삶의 청량제 구실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얻는 인생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아, 이렇게 해야지' 또는 '아,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라는 말에 해당하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해당하지 않는 자신의 경험상의 이야기일 때가 있죠. 이런 것을 두고 '주관적'이라고 말을 합니다. 개똥철학은 이렇게 자기에만 해당할 수 있는 주관적 특성을 지닙니다.

학문으로서의 철학과
삶의 깨달음은 달리 보아야

개똥철학을 그대로 따라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만 해야 하는 것이고 공감이 가더라도 웃고 넘기게 되죠. 인간과 인생에 대한 사색이라는 점에서 '철학'이란 학문이 개똥철학과 유사하지만 결론을 내는 방식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개똥철학이 '이런 거야' 라는 결론을 얘기한다면 철학은 '정말 이런 걸까?', '다른 결론은 없을까?', '논리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왜 이런 거지?' 라는 좀 더 회의적이고 근원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죠.

살다보면, 삶에 대한 기준 또는 삶의 방식에 대한 결론 하나쯤은 가지고 살죠.

그런데 그 결론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결론일 수 있습니다.

철학은 '혹시나' 라는 오류의 가능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개똥철학과 다릅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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