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보따리

정리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일까?

by 호윤 우인순 시인

처음엔 깔끔하니 정리되었던

방과 거실이 살면서 하나둘씩

책상이 늘고 악기가 들어오고, 요리도구들이 들어와

짐이 늘기 시작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옷이 하나둘씩 늘고

춥다고 덥다고 옷이 생겨 옷장이

꽉 차기시작하여, 텅 빈 방 하나가

옷방이 되어버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리하며

버리려다 아니 이건 일할 때 입을 거야

하며 가짓수를 더하고 체중 늘어나면서

작아진 옷을 두고 산 옷들이 옷장을

채우고도 모자라 또 장롱을 하나 설치 했다

십 년 지나니 안 입는 것들이 많은데도

아니 살 빠지면 입어야지

하며 쌓아둔 방안 짐이 가득하다


그림을 그리며 늘어가는 미술도구들

작품들 캠퍼스, 순지 물감들

붓이 늘고 또 깔판이 늘고

집은 점점 좁아졌다


그런데 요리를 하다 보니 조리도구들이

필요해서 또 사고, 빵 만든다고 틀을 사고 오븐을 구입하고 빵반죽기를 사고 재료를 구입하니

또 짐이 가득


가지런하던 부엌이 온갖 조리기구들로

가득했다 나는 살면서 짐을 자꾸 늘여온 것이다


이젠 사지 말고 지금 있는 것들로 요리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자 다짐한다

너무 차지한 내 집의 짐들

정리하려 보니 다 필요하다


어쩌나 짐 속에 갇힌 나


짐을 좀 정리하려니 안 입는 옷들이다

선물 받아 십 년 동안 한번밖에 안 입은

고가 옷들, 선물 준 사람 때문 누구를 주지도 못했는데 나는 싸구려체질인가

그 비싼 옷이 불편하고 입고 갈 곳이 없는 게 아닌가 남의 편 살아 있을 때

부부 동반 간다고 사주었는데

이젠 갈 일이 없다


누가 맞을까

곰곰 생각하다 전화를 한다

혹시 따님 사이즈가 뭐뭐 아닌지요

제가 살 빠졌을 때 선물 받은 옷인데 하니 맞아요 주시려고요 좋아할 거예요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면 너무 좋았다


실습했던 초기 그림들도 나누었다

이불도 필요한 분 있을까

나누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손님이

남의 편 있을 땐 잘 왔는데 오지 않기 때 문이다 요리도구도 인덕션으로 바꾸면서

고가 냄비며 두꺼운 솥이나

여러 가지를 다 나누었다

짐이 빠지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삼 년 지났는데 또 늘어난

살림살이, 빵 만들어 먹느라

작은 농하나 가 꽉 찬 것이다


이제는 더는 데리고 오지말자

거실에 버티고 있는 피아노, 키보드

악기들 어쩔 것인가

쳐다보니 그들이 나에게 애원을 한다


저 피아노는요 이젠 아무도 안 가져가요

그리고 주인님 가끔 치시며 놀잖아요

그건 그래 키보드는 울쌍이 되어 쳐다본다 저도 가지고 놀면 재미있어요 왜 안 놀아줘요

그건 네가 잘 알잖아 나는 너무 바쁘거든 너를 이해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 나는 매우 힘들고

바쁘단 말이야 그저 쉬고 싶어


그래 너네야 그냥 두어야지


서재의 책들이 나를 쳐다본다

작년에 한차 정리했지

또 쌓인 책들

책을 정리하자 월간지, 계간지 들


하나하나 좋은 서적만 메모한 목록들

나의 숙제이다 읽어야 하는데

요즘 눈도 아프고 읽기가 싫어서

서재 문을 닫아버렸다


살면서 늘어나는 것이 욕심인지 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서재는 두기로 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책만 두어야지

이리저리 쳐다보니 정리될 책들이

울쌍이다 무엇이든지 결단이 필요하다


정리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일까?

버리지 못한 것들이 집안에 가득 나와 살고 있다

버리자니 필요할 것도 같고

두자니 매년 짐만 되는 여러 가지 들


다 버리고 보따리하나 달랑 들고

방랑 김삿갓처럼 떠날 자신이 있는가

내년 봄까지 대폭 정리 대상들인 물건들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용기도 필요하고 버릴 곳도 필요하다

깊어가는 가을, 미련 없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

그건 자연의 순리인데

나는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건지

용기가 필요한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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