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어른 이래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 흉내를 내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

by child

프롤로그

"나도 이제 어른 이래."

스무 살이 되던 날, 누군가 그랬다.
"이제 어른이네, 축하해."
그 말을 듣고 잠깐은 어깨가 으쓱했지만,
솔직히 나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어른이 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20대가 되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아직도' 어렵고 서툴다.
가끔은 잘 살고 있는 건가 싶고,
가끔은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았다가도
갑자기 외롭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나만 유난한 걸까?’

이 책은 그런 마음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순간들을
조금씩 모아서 쓴 기록이다.

거창한 위로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답을 주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나도 그래"라고
작게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Chapter 1.

처음 혼자가 되었을 때

처음 혼자가 된 건,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익숙했던 친구들과 떨어지고,
낯선 동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게 새로웠다. 아니, 솔직히 좀 막막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멍하니 보던 기억이 난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는 평소처럼 좋았지만,
그날따라 조금 더 쓸쓸하게 들렸다.

혼자 있는 건 생각보다 외로운 일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
어색한 인사, 어색한 자리, 어색한 나.

그런 날이 며칠, 몇 달쯤 이어지고 나서야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 카페에 가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지금은 혼자가 편한 날도 많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지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나를 쉬게 해 준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은,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말없이 같이 걸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덜 외로울 것 같은 순간.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다고 해서
그게 외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혼자 있는 건 자유지만,
혼자라고 느끼는 건 고독이더라.
그리고 우리는 그 들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Chapter 2.

친구가 줄어드는 이유

예전엔 연락처에 친구가 수십 명 있었다.
학교 끝나고도 또 만나고, 밤새 톡하고,
아무 말도 아닌 이야기로 웃던 사람들.
그런 시절이 끝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스무 살이 넘고부터
조금씩 대화가 끊기기 시작했다.
서로 바빠졌고, 관심사는 달라졌고,
가끔은 이유도 없이 멀어졌다.

처음엔 불안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 된 걸까?'
조금이라도 어색한 말투가 돌아오면 괜히 혼자 마음 졸이고,
답장이 늦으면 내가 싫어진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안다.
친구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걸러지는 거라는 걸.
모든 관계가 오래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어떤 인연은, 그 시절에만 반짝이고
그걸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는 걸.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서로의 템포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다.

아무 말 없이도 편한 사이.
다시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사이.
그래서 지금의 친구 수는 적지만,
그만큼 더 깊고, 더 소중하다.



어릴 땐 친구가 많은 게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편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게 더 고맙더라




Chapter 3.

엄마 말이 맞았다고 느낀 순간

예전엔 엄마 말이 귀찮을 때가 많았다.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
"사람은 너무 믿지 마"
"잠이 보약이야"

그땐 그냥 다 잔소리처럼 들렸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엄마는 너무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자꾸 생각났다.

아침을 거르고 하루 종일 기운이 없을 때,
무심코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렸을 때,
밤새고 난 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엄마가 했던 그 말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었다.

이해하게 된 건
경험 때문이었다.
겪지 않으면 몰랐고,
상처받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엄마 말을 들으려고 한다.
물론 여전히 가끔은 반항심도 들지만,
그 말들이 내 삶의 바닥을
조금 덜 흔들리게 해 준다는 걸 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엄마도 그 시절엔
지금의 나처럼,
어른인 척하며
서툴게 하루하루를 버텼을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지나야 들리는 말이 있다.
나중에서야 이해되는 마음도 있다.
그건, 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Chapter 4.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을까?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나만 이렇게 느린가?’
누군가는 벌써 돈을 모으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SNS를 보다 보면 괜히 더 불안해진다.
남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느낌.

그래서 한때는 조급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무리해서 뭔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벤치에 앉아 있던 날이 있었다.
햇볕이 따뜻했고, 바람이 부드러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이 속도도 괜찮을 수 있겠구나.’

조금 느리면 어때.
남들보다 늦으면 어때.
나는 지금 나대로 살고 있는 중인데.

다들 각자의 리듬으로 걷고 있고,
내 길은 남의 길과 닮았을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

빠른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내 속도에 맞춰 걷는 것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다.



비교는 늘 조급함을 만들고,
조급함은 내 삶의 소리를 작게 만든다.
그러니까,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오늘도 나를 다독여본다.




Chapter 5.

나는 나를 잘 모르겠어

가끔 거울을 보면서 묻는다.
‘나는 누구지?’
겉으로는 웃고, 말하고, 살아가는 내가
속으로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순간이 많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지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또 조금 다르다.
이런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때때로 지치기도 한다.

친구들은 자기 길을 잘 가는 것 같고,
SNS 속 사람들은 완벽한 모습만 보여준다.
그 속에서 나를 비교하다 보면
내 존재가 작아지고,
내 마음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그런데 최근에 깨달았다.
‘나는 내가 다르게 변하는 걸 허용해야 한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잘 알지만,
나는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다.

불완전한 나, 혼란스러운 나,
그 모든 모습도 나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자.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씩, 하루하루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나름의 기준과 속도는 만들어지고 있다.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러도
그것조차 내 방식의 성장이다.



나는 아직 나를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게 틀린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오늘의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