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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의 세계

03. 인간은 왜 혼자 있고 싶다 말하면서도 외로워할까 – 루이의 거리감

by 이서

고독은 도피가 아니라 나를 확인하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오늘 저녁, 그녀는 불을 켜지 않았다.

현관에 둔 가방이 옆으로 기울었다.

그녀는 소파로 향하다가 중간에서 멈추더니 바닥에 앉았다.

나는 문가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집 안은 어둡고, 숨소리만 아주 작게 흔들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켰다 끄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끝이 잠시 멈췄다.

나는 그녀 쪽으로 살짝 다가갔다.

문틈의 빛이 바닥에 얇게 번졌다.

그 빛 위로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눕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그냥 혼자가 편해.”


그녀는 벽에 등을 붙였다.

어깨가 느리게 내려갔다.

나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이 바닥을 한번 스쳤다 사라졌다.

나는 그 미세한 기류를 들었다.

핸드폰 화면이 잠시 켜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방 안의 공기가 약간 식었다.

그녀의 숨이 길게 빠져나갔다.

나는 그녀 무릎 근처에 가볍게 머리를 올렸다.

그녀의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 내 등을 한번 쓸었다.


“사람들 만나면 힘든데… 근데 혼자 있으면 너무 조용해.”


그녀는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손끝의 힘이 조금 빠졌다.

나는 그 틈을 조용히 함께 들었다.

팔이 내려오며 내 등을 감싸듯 닿았다.

나는 몸을 약간 더 붙였다.


“누구랑 있고 싶진 않은데… 완전히 혼자인 것도 싫어.”


그녀의 발끝이 느리게 풀렸다.

벽에 기대던 어깨가 미세하게 기울었다.

나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속도만 들었다.

문틈의 빛이 더 옅어졌다.

방 안에서 그림자가 부드럽게 번졌다.

그녀는 나를 향해 아주 약한 눈빛을 보냈다.

그 표정의 이름은 모르지만, 오늘의 그녀라는 건 알았다.

나는 더 가까이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 위에서 잠시 머물렀다.

방의 공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불은 끝내 켜지지 않았다.

말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멀어지지 않은 거리만으로 조용히 지속되는 밤이 있다.

나는 그녀 옆에 있었다.

그게 오늘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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