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인간은 왜 이별 이후에야 과거를 바라볼까 – 루이의 회상
상실은 시간이 지나야 날카로움이 둥글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그녀는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화면이 밝아지며 아이콘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녀는 목적 없이 파일을 정리했다.
지우고, 옮기고, 다시 지우는 동작이 이어졌다.
그러다 마우스가 한 폴더 위에서 멈췄다.
you_and_me_memories
그녀는 열지 않고 그 이름을 바라보았다.
나는 책상다리 아래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숨을 한 번 고르고, 폴더가 열렸다.
줄지어 선 파일들이 화면을 채웠다.
그녀는 하나를 선택해 더블 클릭했다.
사진 속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약간 기울어진 프레임, 흐린 초점.
일상의 한 조각 같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
그녀는 또 다른 파일을 열었다.
짧은 대화가 담긴 영상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음량을 조절하지 않았다.
마우스가 천천히 움직였다.
지우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는 마음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몇 장의 사진을 더 열어보았다.
표정은 없었지만, 손끝의 속도로 마음의 결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리듬이었다.
오래된 파일을 보는 동안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창밖 바람이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그녀는 한참 후에 폴더를 닫았다.
삭제하지 않았다.
폴더명도 바꾸지 않았다.
어디로 옮기지도 않았다.
처음 위치 그대로 두었다.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용한 호흡이 내려앉았다.
나는 발등 근처로 다가가 몸을 기댔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 위에 닿았다.
쓰다듬지 않았지만, 머물러 있는 손길이었다.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자신을 함께 받아들이는 듯한 온도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기억의 날을 무디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손을 베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폴더를 그대로 두었다.
지우지도, 고치지도 않은 채, 부딪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만 남겨 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곁에 앉아 있었다.
인간은 지나간 사랑을, 슬픔보다 더 잔잔한 빛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