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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설

옥수수와 인공지능 시대의 출산율

- 잡설

by 세니사

쓰레기장을 뒤져 풍차를 세운 소년

소년이 사는 나라 말라위 공화국의 주식은 옥수수다.

소년의 나라에서 대부분의 국민은 옥수수를 재배하여 양식으로 삼고, 남은 옥수수를 내다 팔아 생필품을 사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농경사회에서 치수는 통치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말라위 공화국의 통치자들은 치수에 무심했다. 홍수에 연이은 가뭄으로 굶주려 죽어가던 사람들은 옥수수 한 줌을 빼앗거나 지키고자 살인을 불사했다.


소년은 이 참혹한 지경을 벗어나기 위한 길은 말라위 사람들이 의지하는 마법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는 학비를 계속 댈 수 없었다.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었어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책에 있었던 발전기의 원리를 실험하기 위해 소년은 쓰레기장을 뒤져 폐품들을 모았다. 동네 사람들은 소년이 미쳤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발전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부품을 구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결국 소년은 풍차를 만들어 발전에 성공했다. 가뭄에도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고, 집에는 전등을 달고, 동네 사람들의 휴대폰을 충전해 주고…… 소년의 성취가 알려지며 소년은 테드에서 강연을 하고 장학금으로 학교에 돌아갔다.

윌리엄 캄쾀바, 풍차를 만들 당시 나이 14세.



많고 많은 가축들

옥수수는 말라위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주식이다. 잠비아, 짐바브웨, 케냐,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들은 물론이고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들도 그렇다. 그러나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옥수수를 직접 재배하면서도 옥수수가 부족해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간다.

이토록 귀한 옥수수가 세계적으로 정말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약 40%는 가축 사료로, 약 40~45%는 에탄올 연료로 사용된다.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약 10~15%이다.

인간의 생명만이 가치 있으니 가축들이 먹는 옥수수가 아깝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가축의 수이다. 옥수수가 사료로 공급되는 대표적 가축은 소, 양, 염소, 돼지, 닭이라고 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의 소 약 15억 마리, 양 약 12억 마리, 염소 약 10억 마리, 돼지 약 10억 마리, 닭 약 250억 마리라고 한다. 각 동물이 먹는 사료의 양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고 단순 덧셈을 한다면 모두 297억 마리이다. 전 세계 인구는 오늘을 기준으로 약 81억. 거칠게 계산하면 가축과 인간의 비율은 3.6(가축):1(인간)이다.

왜 이토록 많은 가축이 키워지고 있을까?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은 후 다이어트 약으로 살을 빼는, 부유한 나라들의 먹거리를 위해서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높여야 할 출산율

세계 인구 81억.

학자들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구가 90~110억이라 한다. 2037년이면 세계 인구가 90억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제 세계 인구의 증가를 우려해야 하는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 세계 혹은 지구의 사정일 뿐, 나라에 따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때 한 가정 한 아이 정책으로 영아 살해를 방조했던 어떤 나라 정부는 이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콘돔에 세금을 매긴다고 한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얼마 전, OECD로부터 인구 소멸 위기라는 경고까지 들었던 우리나라는 사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산율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 덕인지 아닌지, 계속 낮아지기만 하던 출산율이 최근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

지금도 높은 청년 실업률, 인공지능으로 장차 더 높아질 실업률 문제는 출산율 장려 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옥수수로 시작한 얘기가 인공지능 시대의 출산율까지 와버렸다. 글쓰기란 게 이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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