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
사람도, 자동차도 모두 앞다투어 빠름을 좇는다.
숨 가쁘게 달려야만 살아남는 듯한 시대다.
그 안에서 격차가 생긴다.
외제차와 고급차, 국산차와 경차.
값비싼 차일수록 더 빠를 수 있고, 더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속도의 차이는 곧 사회의 격차처럼 보인다.
그런데 도로 위에는 그 모든 차이를 무너뜨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과속카메라 앞이다.
그곳에는 고급차와 경차, 외제차와 국산차의 구분이 없다.
신호를 어기고, 속도를 넘는 순간 누구든 같은 방식으로 기록되고, 같은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평등을 보았다.
그리고 겸손을 배웠다.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든 카메라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속도와 지위, 값과 급이 모두 사라진다.
미친 듯 달리기만 하는 세상.
그래서 오히려 이런 평등과 겸손의 장치가 더 소중하다.
만약 이마저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거칠고 오만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