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잎, 지는 잎, 다시 피어날 잎
같은 자리의 은행나무들이
각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어떤 나무는 잎을 다 내려놓고
겨울을 먼저 맞이하고,
어떤 나무는 아직
마지막 노란빛을 붙잡고 있고,
또 어떤 나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아, 너희도
각자의 속도로 계절을 건너고 있구나.
누군가는 빨리 비우기도,
누군가는 오래 머물기도,
누군가는 조용히 다시 피어나기도 한다.
조금 늦어도, 조금 빨라도
조금 달라도, 많이 달라도
다 괜찮지 않을까.
노랗게 머무는 나무가 너무 예뻐서,
쓸쓸히 비워진 나무도 너무 예뻐서.
오늘 밤 당신,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