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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밥 한 번 같이 먹었을 뿐인데

내가 있던 세계, 연예계

by 밤얼음

연기활동과 동시에 솔로앨범을 준비하던 정신없던 나날들.


촬영을 앞두고 초콜릿 한 조각마저도 포기했다. 지독하게 이어지던 다이어트에 외워야 하는 대본은 산더미. 밤샘 녹음과 안무연습까지 겹쳐졌다.


결국, 몸에서 신호를 보냈다.


"빨리 맞고, 빨리 정신 드는 거 놔줘요."


매니저의 말에 간호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두꺼운 바늘이 팔에 꽂히고, 링거의 절반도 비우지 못한 채 뽑혔다. 다음 스케줄을 가기 위해서.


눈꺼풀이 무겁게 감기고, 머리는 둥둥 떠다니는 느낌.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때 메이크업 실장님의 한숨이 들렸다.


"에휴, 병든 병아리도 아니고... 이게 뭐니. 애를 잠은 재워가며 일을 시켜야지, 너네 대표도 참."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늘 감사했다.


꿈 하나 붙들고 버틴 시간 끝에 선 지금의 무대. 내겐 여전히 소중했기에.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실장님의 한숨이 마음속 어딘가에 고여 들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무대에 올랐다.


날이 추워서 다행이었다. 얇은 의상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붙잡아주었다. 아찔하게 흔들리는 시야와 힐 위에 몸을 맡기고 무대를 끝냈다.


무대 아래에서 다음 팀과의 마주침.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세요ㅡ"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인사 속에서 눈을 크게 뜬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누나!"

"어? 야!"


몇 년 전, 연습생들끼리 모였던 데뷔 축하 파티. 그 자리에서 친해졌던 동생, 이새벽.


데뷔 후 바뀌었던 번호를 그날 다시 교환했다. 끊어졌던 연이, 다시 이어졌다. 그 후로 우리는 각자 활동을 하며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좋은 친구가 됐다.


짧은 휴가를 받았던 날.


가족 여행 대신 집에서의 휴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평온한 하루는 오히려 낯설었다. 습관처럼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핑. 침대에 털썩 앉자마자 쏟아지는 현기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날은 정말 하루 종일 잤다.


눈을 떴을 때, 휴대폰은 불이 나 있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친구들, 동료들, 대표와 매니저의 메시지.


[얼음아, 빨리 연락 줘.]

[얼음아, 인터넷 들어가 봐, 빨리.]

[이거 보면 전화해.]


그리고 새벽이의 메시지.


[누나 어떡해... 미안해...]


...뭐지? 나 뭐 잘못했어?


통화버튼을 누르다 말고 인터넷 창부터 켰다.


[밤얼음, 이새벽 열애설]


실검 1위, 2위, 3위, 줄줄이 이어지는 기사들.


내가 걔랑? 걔가 나랑?

우리가...?


아니...

나 아직 뜨거운 연애 한 번 못 해봤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렇게

안티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실제 인물이 특정되지 않도록, 이름을 이새벽 으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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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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