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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by 밤얼음

내겐 하나의 능력이 있다.

돌아가고 싶은 하루가 있는 사람에게, 단 하루 그날을 되돌려준다.


오래전, 큰 화재가 있었다.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대신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한 사람의 얼굴, 이름, 목소리까지. 기억은 없지만 심장은 여전히 그 사람을 기억한다.


그날 이후, 세상은 내가 잃은 자리에 타인의 하루를 주었다.


하지 못한 말, 잡지 못한 순간, 놓고 온 사람들. 이 카페는 그 하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하지만 정작 는 돌아갈 하루가 없다.


빈 곳에는 문이 없다.


햇살이 탁자 위에 길게 흘렀다. 하루의 온기가 천천히 식어가던 시간. 그때, 문이 조용히 열렸다.


중년의 여자가 문턱을 넘었다. 그녀는 주변을 조심스레 훑으며 말했다.


"여기가... 카페 맞나요? 길이 아닌 곳에 문이 열려 있길래..."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여자는 낡은 지갑을 펼쳐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작고, 웃음이 예쁜 아이.


꽃잎을 띄운 분홍빛 차를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아이가 참 예뻐요."


여자는 사진을 어루만졌다.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가 곧 흐려졌다.


"정말 예쁜 아이였어요."


그녀는 숨을 가다듬었다.


"그날... 제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비가 왔어요... 아이 혼자 길을 건너다가..."


말끝이 가라앉으며 떨렸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저는 회사에 늦을까 봐 소리를 지르고, 엉덩이를 때리고...

울면서 절 붙잡던 손을 떼어내, 빨리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텐데...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줬을 텐데.

너무 후회 돼요.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나는 그녀의 손등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날로 돌아가게 해 드릴게요."


여자는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요...?"


"끝나지 않은 마음을 다시 어주는, 추억의 열쇠로요."


"그 열쇠가... 어디에 있죠?"


나는 그녀가 쥐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이미 가지고 계신걸요."


여자의 손가락이 사진을 더 세게 쥐었다.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


어쩌면 누구나 우지 못한 하루를 하나쯤은 품고 산다. 이곳은 과거와 오늘이 만나는 곳, 리고 내일을 건네주는 곳이다.


빛이 일렁였다.

공기가 흔들렸다.

틈이 열리고, 시간이 뒤따랐다.


멀리서, 작은 발걸음이 다가온다.


그리고, 너무 그리웠던 목소리.


"엄마."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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