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토크에서 배우는 덴마크의 미니멀리즘
가구 업계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구와 소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졌다. 관련된 스튜디오를 찾아보거나 책과 잡지를 구매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그중 하나가 매거진 B의 코펜하겐 편이었다. 당시 매거진 안에 OEO Studio의 인터뷰가 실렸고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OEO Studio의 디자인 토크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하니 참석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들의 디자인 토크를 글로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튜디오 소개
OEO Studio는 덴마크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가구 디자인뿐만 아니라 컨설팅 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협업, 공간 디자인, 가구 및 제품 디자인을 아우르며 각 프로젝트에 맞는 맞춤형 디자인을 통해 그들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듀오이다.
이번 행사는 Arki Studio와 &Tradition이 주최한 OEO Studio 디자인 토크로, 아키/앤트레디션의 플래그십 쇼룸에서 진행되었다. 행사에 초대해 주신 아키 전 대리님과 지인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직접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고, 깊이 있는 질문과 응답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키/앤트레디션 플래그십 쇼룸
쇼룸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되었고, 각 공간이 다르게 활용되어 있어서 층별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디자인 토크가 시작되기 전,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쇼룸을 먼저 둘러보았다.
2층과 3층은 덴마크 디자인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공간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이번 행사가 OEO Studio의 Ita 컬렉션 선공개 행사였던 만큼, 제품의 디테일과 스토리 그리고 구조적 요소를 하나하나 집중해서 살펴보며 감상했다. 덴마크 디자인의 기능주의와 미니멀리즘에 일본 장인정신을 담아, 구조적 조화를 잘 보여주는 제품들이었다.
사진은 Ita 컬렉션의 테이블 하부의 모습이다. MDF와 솔리드 오크 에지를 적절히 활용하여 보이는 면은 집성목으로 부드럽게 라운드 처리되어 있어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또 피스 결합을 최소화한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는 일본식 목공 방식의 구조를 채택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짜맞춤 기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피스나 못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설계와 높은 제작 기술이 요구된다.
Ita 컬렉션은 OEO Studio가 추구하는 ‘컴펠링 미니멀리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았다. 컴펠링 미니멀리즘의 뜻을 정리하면 가장 에센셜한 것, 중요한 것만 남겨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정교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기능성과 미니멀리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력적인 가구였다. 이런 지점에서 작품과 제작자의 철학이 맞아떨어짐을 한번 더 느낀다.
디자인 토크를 시작하며
디자인 토크에서는 OEO Studio의 디자인 철학, 프로젝트 과정, 그리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여러 질의응답을 통해 보다 솔직한 답변들을 들을 수 있었고, 책이나 기사로 접하기 어려운 현장감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Ita 컬렉션이 일본과 함께한 프로젝트인 만큼, 덴마크에서 일본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샐러드 보울 스튜디오의 구창민 대표께서도 언급하셨듯, 일본은 극단의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을 모두 잘 표현하는 디자인 국가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방향이 같다는 점에서 덴마크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 중간 지점의 한국을 잘 봐달라는 첨언도 함께했다. 다양한 시야로 관철하는 내용에 긍정하는 바이다.
OEO Studio의 두 분은 한옥을 방문하면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옥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그 안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OEO Studio는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연결 지으면서, 현대적인 해석을 추가해 나가면 좋은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팬으로서 한국과의 협업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프로젝트이다.
그 외에도 20년간의 협업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요구사항이 많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는 답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통 책이나 잡지, 인터뷰에서는 클라이언트와 스튜디오의 관계보다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답변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라 노력의 의미가 깊게 전달되었던 것 같다.
비하인드 스토리
한 시간 반 가까이의 토크쇼가 마무리되고 스크랩해 둔 그들의 인터뷰를 가지고 조심스레 사인을 요청드렸다. 두 분이 정말 고맙다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영광이었다. 에디터분께서도 ”매거진비 코펜하겐 편인가요? 직접 가져오셨냐 “라며 매거진을 알아보심에 내심 뿌듯했던 것 같다. 이날 받은 기프트 중 스튜디오에서 찍으셨다는 흑백 포스터가 있는데, 이곳에도 사인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셨다.
OEO Studio의 토마스 리케, 앤 마리 뷔만님과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웠던 행사였다. 평소 좋아하고 궁금했던 코펜하겐 스타일의 정의를 다시금 되새기고 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앞으로의 나의 움직임에도 이 시간들이 도움이 될 것만 같아서. 새로운 영감을 받았고, 디자인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간 내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