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경'은 끝남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시작의 구체화

by 정서하

한동안 이어진 프로젝트 마감이 끝나자,

내 마음도 사무실 공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정이는 모처럼 정시에 퇴근해 곧장 집으로 향했다.

엄마의 부름에도 아랑곳 않고 방으로 내달려서

부랴부랴 노트북부터 켰다.


책상 위에 놓인 수첩은 이미 여러 페이지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정이는 깊게 숨을 고르고, 펜을 들어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 모임 날짜: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참가 예상 인원: 최소 3명, 최대 8명.


첫 만남 주세: 자기소개+" 내가 여기에 온 이유."


준비물: 다과, 노트, 따듯한 차.


정이는 노트북으로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약 절차를 확인했다.

'신청 사유란'에 뭐라고 적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천천히 타이핑했다.

"여성 건강 관련 모임 - 경험과 나눔과 상호 지지 목적."


타자 소리가 방 안에 규칙적으로 울렸다.

예전 같으면 눈물에 젖었을 자리에서

지금은 글자가 하나하나 모여 작은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이는 문득 미소를 지었다.

"이건 단순히 내 이야기가 아니야.

누군가에게는 첫 숨통이 될 수도 있어."


화면에 뜬 예약 완료 문구를 확인하고 나자 가슴속에 오래 잊었던 설렘이

조심스래 피어올랐다.


정이는 다시 수첩을 펼치고 크게 적었다.


* 숨결, 첫 모임. 준비 시작.


그리고 펜 끝을 꾹 눌러 마침표를 찍었다.

마치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임을 선언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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