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구체화.
밤. 정이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 동안 글쓰기 창을 바라만 봤다.
손 끝이 키보드 위를 맴돌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을 찾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습니다.
"숨결'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모임을 시작하려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지를 얻고 싶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첫 모임은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익명과 비밀은 철저히 보장합니다."
정이는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고,
심호흡을 깊게 내쉬고
그리고 과감히 '게시하기'를 눌렀다.
잠시 뒤 화면에 글이 올라갔다.
정이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제... 시작된 거야."
며칠 뒤
알림 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하나둘 쌓였다.
"저도 관심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습니다. 어디로 연락드리면 될까요?"
정이는 차분히 답장을 보냈다.
메일 주소를 공유하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연락처를 부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총 다섯 명의 연락처가 수첩에 정리되었다.
각 이름 옆에는 짧은 메모가 붙었다.
A: 32세, 최근 진단.
B: 40세, 같은 경험 3년 차
C: 미혼, 막 진단받음.
D: 기혼, 아이 없음.
민지(회사 후배): 유일하게 얼굴 아는 사람.
정이는 단체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보냈다.
"안녕하세요. '숨겨' 모임에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모임은 예정대로 06월 06일 토요일 오후 3시입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은 꼭 회신 부탁드립니다."
하나둘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참석합니다."
"저도 꼭 가고 싶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확정되었다.
정이는 수첩에 '확정 4명'이라고 크게 적었다
손 끝이 떨렸지만, 그 떨림 속에는 이상하게 힘이 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