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하루, 내 안의 화산이 폭발했다.
7년 동안 이 날만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지독한 민원과 주먹구구식의 사업에서 벗어날 그날을.
화창한 봄, 토목직 공무원은 가장 바쁜 시기이다.
동절기 중지가 끝나고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지방의원들과 지자체장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이다.
그들은 무엇을 할까.
정말 지자체를 성장시키는 일이라면 보람찰 텐데,
표심 민원 해결에만 급급한 그들에게 전화가 올 땐
나도 모르게 한숨만 먼저 새어 나온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아무 일 없다는듯, 여느 때처럼 공무원의 일상이라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평범해야 했던 순간이
예고도 없이 마음속 화산이 터져버렸다
다음 날부터 출근을 안 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사실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그날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7년 동안 참아왔던 용암이 결국 쏟아져 나온 걸까
그리고 나는 지금, 5개월째 집에서 쉬고 있다.
나의 일상은 달라졌다.
하루 종일 눈물이 나고
소파에 몸을 던지고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잠만 자고 2주를 굶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머릿속엔 부정적인 단어만 맴돌았다.
도망친 나, 게으른 나, 패배자
친구들이 그리웠다.
나는 원래 사람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나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억지웃음과 눈치,
위로와 허세
결국 사람들도 만나기도 싫어졌다.
그제야 알게 됐다.
내 마음이 정말 아프다는 것을.
처음엔 감기 정도라 여겼다.
좋아했던 음식과 술, 운동을 하면
곧 나아질 거라 믿었다.
아침저녁으로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로 나를 달랬다.
그 순간만큼은 잘 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감기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쌓여온 상처라
쉽게 치료가 안 된다.
나는 무리해서 강의, 학원, 운동을 추가했다.
성취감이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모두 취소했다.
그제야 내 마음속에서 강렬한 목소리가 울렸다.
'의미 없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
7년 동안의 나에게
계속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나는 결국
나를 잠식하던 불안에서 도망친 것이었다.
남들이 맞춰놓은 세상에 나를 끼워 넣지 않고,
이제는 내가 정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달리기를 하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여행도 다닌다.
그 순간만큼은, 무너졌던 내가
조금씩
다시 세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프다.
그래도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세상의 기준이 맞춘 네가 아닌, 진짜 너다운 삶을 살고 있어?"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나는 끝없이 묻고, 답하며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