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 슬픔을 억누르지 않기
어떤 감정은 조용히, 그러나 밀착되어 쉬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머뭅니다.
슬픔은 그런 감정입니다.
말로 꺼내지 못한 슬픔은 표정 사이에, 몸의 무게에, 숨의 깊이에 스며들어
우리 삶의 결을 바꿔놓습니다.
슬픔을 억누르면, 그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때로는 무기력으로,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길은 불안으로요.
우리는 종종 슬픔을 '약함'으로 오해합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숨기고, 눌러두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Carl Rogers는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변할 수 있다.'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느끼는 것은 그 감정을 존중하는 일이며,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슬픔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려 온 손님입니다.
슬픔은 때로 말보다 먼저, 몸보다 깊게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 감정은 조용히, 그러나 밀착되어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삶의 결을 조금씩 바꿔놓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슬픔을 '표현하면 안 되는 것'으로 배워왔습니다.
특히 조화와 절제를 미덕으로 하는 문화에서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눈물이 헤프다'는 메시지를 가슴에
안고 자라면서 운다는 것이 약함을,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시선들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그 메시지들은 감정 표현을 금지하는 규범이 되어 슬픔을 받아들이는 대신 억누르게 만듭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억압(emotional suppression)이라 부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은 단순한 인내의 미덕이 아니라, 심리적 에너지를 잠식시키고 내면의 긴장을 지속적으로 축적시켜 정서적 고립과 인식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며, 때로는 신체증상으로, 때로는 대인관계의 갈등으로,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무기력으로 우리 삶을 흔들어 놓습니다.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가장 깊은 존중이며, Carl Rogers가 말한 '진정한 수용'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슬픔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려 온 손님입니다.
그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들을 때, 우리는 다시 나를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이 아플까 봐] 올리버 제퍼스 글. 그림이승숙 역.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이 아플까 봐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따스한 시선을 가졌던 소녀는, 어느 날 큰 상실을 겪고 마음이 아플까 봐 자신의 '마음'을 병 속에 넣어버립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도 무뎌진 채 살아갑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음을 꺼내고 싶어도 병은 쉽게 열리지 않고, 결국 또 다른 존재의 도움을 통해 마을 꺼내며 다시 세상과 연결됩니다.
이 그림책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억누르고 차단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방어기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슬픔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에 머물며,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마음이 아플까 봐] 속 소녀가 마음을 병에 넣은 뒤 삶의 감각을 잃어버리는 장면은, 감정 억압이 어떻게 내면의 에너지를 잠식시키고 삶의 결을 바꿔놓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이 그림책은 감정을 다시 꺼내는 과정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병 속에 넣어둔 마음을 다시 꺼내는 순간, 소녀는 비로소 자신을 회복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됩니다.
그것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했기에 가능한 변화입니다.
[마음이 아플까 봐]는 슬픔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꺼내어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회복의 시작임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살아가는 용기,
그것이 우리를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슬픔은 때로 너무 커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감정을 마음 깊숙이 밀어 넣고 꾹 눌러두곤 합니다.
마치 [마음이 아플까 봐]의 주인공 소녀처럼 말이지요.
이 활동은 바로 그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도 그런 '병'이 하나쯤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꺼내지 못한 감정, 말하지 못한 상처, 외면한 슬픔이 들어 있을지도요.
'마음의 병 만들기'는 그 병을 상상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꺼내어 마주해 보는 활동입니다.
ㅣ 병 모양의 종이를 준비합니다.
병 안에는 내가 지금까지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들을 색과
단어로 표현해 봅니다.
ㅣ 병 바깥에는 내가 다시 꺼내고 싶은 감정 - 기쁨, 호기심,
따스함, 용기, 끈기, 감사 같은 것을 적어봅니다.
ㅣ 이렇게 병 안과 밖을 나누어보면, 내가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지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 활동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하는 연습입니다.
병 속에 감정을 가둔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을 열고 감정을 꺼내어 다시 나와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오늘, 우리도 내 마음의 그 병을 열어볼까요?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마음을 다시 꺼내어 삶의 감각을 느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