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다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저들처럼 몇 년, 아니 십몇 년이 지난 후에도 이 자리에, 이 사무실에 똑같이 머물고 있겠지?'
엄청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만한 직장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한 지금의 회사에서 그려보는 미래는 마냥 밝지는 않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상사의 요구와 압박, 그리고 상사의 기분과 안위를 위한 아양과 가식적인 분위기가 그들을 압박한다.
그들은 그 상황을 마치 원하고 있었고 당연하다는 듯 반응하지만, 그들의 속은 라넌큘러스의 어린 꽃망울처럼 볼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는 있다.
그들은 이제 본인들의 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더 이상 삶 속에서 본인의 소망과 가치가 중요해지지 않아져 버린 시기가 되었다.
계절이 겨울에 멈춰버린 듯, 그 추위와 바람은 마음을 꽁꽁 얼게 만들었고 그 마음은 누군가의 온기로 쉽게 녹지 않게 되었다.
겨울이 찾아와 나의 마음을 얼리려 할 때, 난 봄과 여름이 올 것임을 알기에 움츠리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맞이한 현재와 미래는 과연 지금 내가 생각하는 미래보다 더욱 어두울까 심히 고민되고 걱정된다.
그들에게 얼음을 녹일 강력한 온기가 찾아올까. 찾아온다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회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들의 발자국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꿈이 사치가 되어버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꿈이 그들의 꿈 또한 응원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그때.
그때가 되면 나도 이들처럼 온기를 잊어버린 채 이곳에 머물러 있을까?
안주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길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과연 내가 용기만 있다면, 그들과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과연 나를 그들과 다르게 만들어줄까?
그들도 나와 같이 느끼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더 자세히 말하면 다른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역량.
과연 내가 이것들을 갖추고 있을까?
전문 자격증 또는 인정받을 수 있는 공인된 인증이 없는 내가 과연 경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다.
내가 다른 회사에 간다면 그들이 나를 어떤 업무에 써먹을까?
둥지를 튼 어미새가 아기새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나르고, 새끼의 입에 넣어주는 일련의 과정들은 더 이상 경력직들에게 불필요하다. 아니, 필요로 하면 안 된다.
회사에서 바라는 것은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노동자들이기에.
갈수록 '임직원들을 위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반도체 업계는 생각보다 좁다.
흔히 큰 반도체 회사라 불리는 곳은 우리나라에 두 곳.
그리고 반도체 장비 또는 관련 업체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탈반(탈출 반도체의 준말)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나 또한 마음 한편에 조심히 모셔두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특히 엔지니어는 다른 업계와 통용해서 사용하는 툴 또는 업무가 많지 않기에, 연차가 쌓일수록 탈반은 어려워진다.
결국, 고이기 쉬운 업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른 반도체 회사로 갈 경우 업무 적응이 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도찐개찐 커다란 장점이 없다면 다른 반도체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다들 크게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한 번 택한 업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원하는 인생,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이 가끔 있다.
나는 그들을 무척이나 존경한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본인의 꿈을 좇는 이들.
세상 모든 꿈들의 응원을 받아 날아오르기에 마땅하다.
그들이 가진 현재의 어려움은 미래의 회포가 될 것이고, 과거에 그들을 응원한 다른 이들의 꿈에도 날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들처럼 꿈을 좇으며, 진정 바라는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가슴 뛰는 일들이 가득한 인생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