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프롤로그

by 파일럿 로건

어릴 적 나는 책을 정말 싫어했다.

그놈의 독후감, 학교에서 시키는 책 읽기 숙제.
책을 펼치면 단어들이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데리고 엄마는 매주 일요일,
주일 예배가 끝나면 어김없이 사직도서관으로 갔다.
그곳은 나에게 ‘지루함의 상징’이었다.
주차장 입구가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씩 일요일에 도서관이 쉬는 날이 있었다.

입구에 붙어 있던 A4용지 한 장.
‘공휴일로 휴관합니다.’
그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서관에 들어서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1층에서 엄마 옆에 앉아 독후감용 책을 대충 훑고 나면,
나는 항상 2층 항공 잡지 코너로 향했다.
거기서 나는,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다.


비행기 사진, 조종석의 계기판,
그 모든 게 나에게는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책 대신, 나는 잡지를 통해 꿈을 읽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나는 진짜로 파일럿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꿈을 이뤘다고 해서 삶의 목적지가 항상 명확하진 않았다.
비행은 늘 설레지만,
내 마음은 종종 안개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어릴 적, 엄마 손에 끌려 억지로 들어갔던 그 도서관의 아이가
이제 스스로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