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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여행 간 엄마 복실이

생명

by 무지개

복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추운 겨울, 뒷집 아저씨의 품에 안기어 이제 막 젖먹이를 벗어난 아기 강아지 시절 복실 이는 우리 집에 왔다. 아기 때부터 복실 이는 의젓하여 울지도 않아 강아지는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때의 나는 영혼이 없다고 할 만큼 내가 아니어서 아기 강아지 시절

복실 이를 똑바로 바라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늘 나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지만,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밥때가 되어 “복실~아! ~”부르면 혼자 놀다가도 어디에 있든지 몇 초 만에 성큼 앞에 있어서

강아지는 모두 그런 줄 알았다.


지금의 남겨진 아들 쿠키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여러 번 불러도 그러거나 말거나 반응을 안 한다.

간식이 있으면 즉각 반응하지만,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쿠키는 그렇다.



엄마 복실 이는 순한 아기 양이었다.

복실 이는 나를 아주 좋아해서 내 차의 밑에서 혼자 쉬고 있을 때도 많았다.

어느 날, 복실 이가 차 밑에 있는 줄 모르고 차를 출발하고 보니 복실 이가 처음으로 “깽깽” 고함을 쳤다.

차바퀴 부근에 있는 복실이를 치어 놀라서 차에 싣고 동물 병원을 갔다.

병원 가는 동안 아픔을 참고, 복실 이는 눈을 굴리며 내 눈치만 살폈다.

아마도 자신 때문에 주인이 놀랐다고 생각해서 아픔을 참고 움츠려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한 후 골반 검사도 하면서 아마도 걷지 못할 거라고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다리 절제 수술을 말했지만 외부에는 약간 멍이 든 것 말고는

큰 상처가 없어서 며칠을 지켜보려고 집에 데리고 왔다.

그때 복실 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자주 보며 열심히 간호했다 장애가 될 거라고 했는데

다행히 복실 이는 일주일이 지나자 스스로 걷고 회복도 빨랐다.


그다음 해 가을 복실 이는 출산을 하였다.

아기 강아지를 낳기 전, 복실 이는 현관 앞에서 울먹이는 눈망울로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집 안 현관으로 들어와서 나를 바라봐 출산이 임박하였음을 직감했다.

베란다의 따스한 햇볕에 이불을 펴주니 4마리의 아기 강아지를 낳았다.

처음 엄마였지만 젖먹이 강아지들을 무척 살뜰히 잘 돌보았다.

그렇게 아기 강아지를 열심히 키우던 복실 이는 출산 후 백일이 되기 전 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날 아침 복실 이의 마지막 인사는 내 눈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짖지 않던 복실 이가 아침에 일어나니 현관 앞에 짖고 있어서 문을 열어 주었다.

“복실이 들어올 거야?” 하니 나를 오랫동안 바라 보고는 앞 문으로 들어와 긴 베란다를 통해 뒷문으로 나갔다.

나는 복실 이의 뒷모습 보면서 “복실 아! 어디 가?”하니 다른 날과 달리 뒤도 보지 않고

앞만 향해 엉덩이만 보이고 걸어 나갔다.

점심때도 오지 않아 놀러 갔나 보다 하고 직장에 출근했다.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아기 강아지들만 배가 고프다고 ‘낑낑’ 거리고 있었다.

“복실아!”를 여러 번 허공에 불러도 복실 이는 밤이 깊어 가는데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밤늦도록 마을과 집 주변을 찾다가 ‘아침이면 오겠지?’ 했는데 오지 않았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다행히 강아지들이 아기 사료를 조금씩 먹어 밥을 주었다.

오후가 되어 출근하면서 ‘퇴근하면, 돌아와 있겠지?’ 생각했다.


퇴근 후, 어스름한 저녁 보일 듯 말 듯

앞마당, 수로 옆에서 나는 너무 슬픈 장면을 보았다.

복실이는 마당 앞 수로에 누워 있었다. 몸이...

아기 강아지들은 엄마의 젖을 물고 주변에 모여 있었다.

나는 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복실이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식들이 걱정되었나 보다’.

아픈걸 미리 못 알아챈 것이 복실이에게 미안했다.


다음날, 슬픔을 가다듬고 아기 강아지들에게 인사시키고 복실이를 감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복실이가 없는 집은 허전했다. 복실 이가 별나라에서는 좋은 주인 만나기를 바랐다.

사는 동안, 몇 번 바라봐 주지 못해 미안했다.


강아지들의 재롱을 보며 몇 달이 지났다.

잔디마당에 뛰어노는 강아지를 보던 마을 사람들이 예쁘다며 강아지 한 마리 한 마리 입양하여 갔다.

헤어짐은 아쉬웠지만 여러 마리 강아지들을 혼자 감당이 되지 않았다.

못생긴 쿠키는 입양 가지 못했다.

그냥 막내라 귀여워 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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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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