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 아들 쿠키
시골집에서 처음 만난 쿠키 엄마 ‘복실’은 털이 많고 순한 아기 양 같았다.
하늘에서 남편이 보내 주었나? 할 정도로 복실 이는 내 옆에 늘 붙어 다니곤 하였다.
동네 어디에 있던지 “복실 아!~”부르면 몇 초안에 내 앞에 나타나 ‘헤헤’ 거리며 달려오곤 했다.
그때의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복실 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
자유만 주면 되는지 알고 풀어놓고 키웠다.
그러다가 병으로 아들 ‘쿠키’를 남기고 갑자기 별나라로 여행을 갔다.
첫사랑은 그렇다. 지나고 나서 ‘첫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벌써 일곱 살이 된 쿠키
‘쿠키’는 이름이 여러 개다.
목사님은 씩씩하고 듬직하다고 “장군이”
뒷집 아저씨는 고집이 있지만 점잖다고 “어르신”
친구는 얼굴이 인정 많은 아저씨 같다고 “아저씨”라고 한다.
얼굴이 한쪽은 밤색 한쪽은 흰색이라서 “눈퉁이 밤송이”라고도 한다.
딸은 “쿠키”라고 한다.
누런 밤색과 하얀 털이 섞여 비스킷, 쿠키 같다 하여 ‘쿠키’다.
경기도 지역에 직장이 있는 딸은 엄마 보고 싶다는 말은 안 해도 “쿠키가 보고 싶다” 한다.
쿠키는 온순한 엄마 복실 이를 많이 닮았다. 강아지보다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빠는 들개인 덩치 큰 누런 개이고 복실 이인 엄마는 털이 하얀 아주 작은 강아지다.
아기 강아지 시절, 예방 접종하러 가면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엄마보다 클 거라고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다리가 짧을 거라는 이야기는 안 했다.
클수록 몸은 아기인데 머리는 아저씨,
다리는 숏 다리 바닷게이다.
쿠키는 자신의 신체 조건을 모른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데...
아파서 병원은 가지 않는데 맞아서 병원은 간다.
늘 돌아다니는 큰 들개에게 짧은 다리로 덤비다가 얻어맞고 집에 온다.
정말 눈퉁이가 밤송이가 되면 약 먹고, 약 바르고 며칠은 아파서 얌전히 집에만 있는다.
‘쿠키’는 춥거나 더우면 방충망을 뜯고라도 집 안에 쳐들어오고 날이 좋으면 문 앞에서 문을 열라고 밤새 끙끙 거리며 시위한다. 집 옆에는 조그만 야산이 있는데 산책 후, 내가 출근하면서 밖에 묶을까 봐 야산으로 도망친다.
숲에 숨어서 지켜보다가 집을 지키는지 쌈을 하러 가는지 일단 나간다.
퇴근 후에 돌아오면,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몸에 상처가 있거나 털에 피가 묻어 있을 때가 많다.
쿠키는 어떤 날은 다리에 깁스하고 어떤 날은 목 카라를 하고 산책한다.
쿠키를 본, 마을 사람은 지나가며 한마디 한다.
“강아지가 어디가 아픈 다냐?” 나는 말 안 했다. 싸워서 그렇다고
그래도 쿠키는 귀엽다. 동생인 고양이랑 잘 놀아주고 내가 퇴근하면 귀를 접고 바닷게처럼 옆으로 걸어온다. 집 안에서는 말썽을 부리지 않고 의젓하게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안다.
쿠키는 지금 내 옆에서 아저씨처럼 “그르렁, 그르릉”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쿠키는 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