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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Jun 05. 2016

두 번째 취업을 준비하는 그대에게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가지요? 퇴사한 지 벌써 3개월이나 되었다니 말이에요. 그대는 줄곧 말하곤 했죠.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 회사의 방향, 성향이 다른 상사 등 여러 가지 어려움들에 대해서요. 비슷한 시기를 거쳤고, 거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상상해 보았어요. 괴로울 것 같아요. 저물지 않는 해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사라져가는 달을 염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면서요. 혹시, 그때가 기억나시나요? 지나간 일쯤으로 치부하기엔 간절하고 절실했던 그 시절이요.  


그대가 상사에게 처음 퇴사를 말했다고 전해 들었을 때, 저는 의아했어요. 막 1년 차로 접어드는 그대가 다소 힘들어하긴 했지만, 신입직원 시기에 겪는 성장통 정도로 받아들였거든요. 한편으론, 직장 상사들이 그대가 하소연했던 상황들에 대해 무책임하게 방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어지는 업무의 양이 많아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고, 자신 있고 좋아하는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그들이니까요. 그런 그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퇴사였겠군요.


하지만, 비난의 화살을 상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대도 동의할 거라 생각해요. 그만두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요. 특히, 우리가 일했던 기관은 경력이 없는 직원을 많이 뽑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에서 알려주는 방식을 하나의 정답처럼 여겼을 거에요. 우리처럼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적응했고, 우리는 그만두었지요. 그런 그들의 방식을 그대가 납득하기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세대가 다르고 또 추구하는 가치도 다를 테니까요. 


대리나 과장, 부장이된 그들에게 있어 직장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보편적인 기준을 들자면 돈과 지위 또는 명성이겠지요. 높은 급여와 직장 내에서의 위치를 목표로 정하는 순간부터 계속 위를 올려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한 번쯤 상상해 본 적 있으실 거에요. ‘내가 대리, 과장, 부장의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하고요. 어땠나요? 눈앞에 펼쳐질 미래가 두근거렸나요? 아니면, 짙은 안개가 낀 밤하늘처럼 깜깜했나요. 


저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후자였을 거예요. 물론, 돈과 지위 또는 명성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하겠지만, 그대에겐 그다지 중요한 사안들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상사가 그대에게 듣고 싶은 대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변화를 위해 다른 대답을 했었으니까요. “이 업무는 이렇게 해야 돼”라며 알려주었던, 역사와 전통을 내밀며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는 그들의 업무 방식에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겠지요. 그대에겐 명분이 필요했는데 말이에요. 밤을 새도 좋고, 주말에 출근하는 것도 괜찮은데 왜 내가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분이요. 상사가 명분을 제시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찾아가면 되니까요. 상사들에게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그대는 불안감을 느꼈겠지요. 그렇게 그대는 전 직장을 떠났어요.    


오랜 고민 끝에 내렸던, 결정의 순간들이 이어지는 요즘. 어떠하신가요? 기대처럼 꿈에 가까워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아니면, 새로운 걱정들에 휩싸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지지난주에 우리가 만났을 때, 그대는 후자에 가까운 대답을 들려주었지요. 안타까웠어요. 과거 그대가 꿈에 대해 이야기했을 적에, 비록 그 꿈이 당장 이루기 어려울지라도 제 마음을 울리기엔 부족함이 없었거든요. 반짝이는 두 눈엔 형용할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어요. 그때를 한 번 떠올려볼게요. 그대는 말했어요. 자연에 관심이 많다고요. 귀농한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채소를 좋아하고, 가족 농장 등에 흥미가 있어요. 이와 같은 일을 하거나,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분들을 위해 홍보하는 쪽에도 생각이 있어 보였어요. 또한, 글을 쓰거나 특정 자료를 분석하여 활용하는 일에도 불태울 열정이 있음을 느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았던 그대는 방향을 잃은 듯해 보였어요. 현실의 고단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주변의 시선 때문일까요. 느낌표에 가까웠던 그대의 생각이 퇴사한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물음표로서 다가오더군요. 누군가는 말했을지 몰라요. 어떤 기업에 채용 공고가 새로 올라왔다든가, 지원했던 곳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든가, 이력서는 제출하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요.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데도 소위 캐묻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잔뜩 실망했을 거예요. 만약 그 대상이 그대의 퇴사를 지지하고 응원해줬던 사람들이라면 더욱이요. 그대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았을 거에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도 될까 하는 의구심도 커져갔을 거에요. 그려지지 않는 내일이 불안하고 또 두려웠겠지요. 그랬다면 그대에게 한 가지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대가 품고 있는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해요. 괜찮아요. 괜찮아질 거예요.     


지금 그대가 느끼는 감정들은 직접 만들어낸 것이 아닌, 어떠한 사람 또는 상황이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그런 만큼 지금부터는 그대만 생각해 보았으면 해요. 당장 무언가를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구체적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좋아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관심 있던 분야의 책들도 읽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여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요. 그러면 어떤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요. 뭐,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겠지요. 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였으니까요.


또, 그대에겐 종사하고 싶은 분야가 있기에 단순히 취업이 목표가 되진 않았으면 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 직장에서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알겠지요? 급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원하는 곳에 취업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그대니까요.


우리의 내일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해요. 요새 유행하는 백세 인생이란 노래 제목처럼 손자의 자녀를 볼 정도로 오래 살아갈 수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절명할지도 몰라요. 그만큼 소중한 시간들, 특히 오늘처럼 햇살 따스한 날을 어찌 함부로 보낼 수 있을까요. 글이 끝난 이 순간, 그대는 어떤 하루를 맞이할 계획인가요? 적어도 스스로에게 만큼은 솔직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조만간 또 봐요. 그때까지 잘 지내요.




혹시라도 그대의 생각과 어긋나는 내용이 있다면 부디 가벼운 웃음으로 넘어가 주길 바라요. 어쩌면, 비슷한 경험을 하였던 과거의 제가 듣고 싶었던 말들일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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