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배움 서사> 시리즈 4 (10)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내 안의 학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졸업장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교실의 열쇠였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원래 기계치였다.
마우스를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저장’ 버튼 하나 찾는 데도 10분을 헤맸다.
처음엔 부끄러웠다.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워.”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배움에 늦었다는 건 없다.
천천히 해도, 서툴러도,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남편에게 물어보고, 유튜브를 0.75배속으로 돌려보고,
자식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서툰 손끝이 하나씩 익숙해지고, 새로운 내 것으로 만드는 순간마다,
나는 또 한 번 ‘아, 내가 아직도 가능하구나’ 를 느꼈다.
나는 여전히 책을 탐한다.
아침이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에세이도, 소설도, 경제 기사도 가리지 않고 펼친다.
한 문장에 멈춰 오래 바라보다가,
가슴이 뜨거워지면 눈물이 핑 돈다.
책은 나를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자, 가장 따뜻한 친구였다.
요즘은 아침마다 인터넷 신문을 읽는다.
미국 증시, 한국 경제, 우크라이나 소식, 기후 위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조금은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다.
한 줄 한 줄 읽고 나면, 노트에 짧게 메모한다.
그 메모들이 쌓여 나만의 세상 지도가 되어간다.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이 이제야 이해된다.
나이 먹고 내 미각이 김치의 깊은 맛을 알게 되듯이…
“배움은 죽을 때까지다.”
그 말은 이제 내 심장 박동처럼 반복된다.
나이는 숫자일 뿐, 배우고 싶은 마음이 진짜 젊음이다.
졸업 이후에도 나는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금융 관련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하고,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이 탐구하며
몰랐던 부분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은
자격증 시험보다 나에게 더 큰 기쁨과 보람을 주었다.
졸업 이후의 삶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가장 자유로운 공부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학생이고,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서툴러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며 배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
조금씩 자신을 믿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을.
대학에서 시작된 배움은,
도서관의 조용한 오후를 지나,
캠퍼스 친구들과 나눈 웃음과 우정을 거쳐,
졸업식장에서 울린 사랑의 괴성까지 이어졌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깊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오늘도 나는 책을 펼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움직일까?”
그리고 천천히, 서툴게, 그러나 꾸준히 답을 찾아간다.
한 페이지, 한 문장, 한 단어마다 나만의 작은 성취가 쌓이고,
그 성취는 내 삶의 또 다른 발걸음이 된다.
배움은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다.
배움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
그리고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다.
여러분은 지금도 무언가를 배우고 있나요?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뛰는 한,
우리는 언제나 가장 젊은 학생이라는 것을
이 길 위에서 매일 확인합니다..
「이민자의 배움 서사」가 이제 완결되었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이야기는 곧 브런치북으로 묶여 발간될 예정이며, 링크도 곧 업데이트할게요.
여러분의 생각과 감상도 댓글로 나눠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시리즈 4는 여기서 한 장을 덮습니다.
이어질 시리즈 5,
<이민자의 시선, 세계의 흐름>에서는
이민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일상의 결을
차분하게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그 길도 함께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