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 잘 수 있지?

31개월이 이렇게 속 깊은 게 말이 돼?

by 달린다달린




31개월 울 첫째 공주, 애기 때부터 바로 수면교육해서 아주아주 잘 자다가 내가 둘째 임신 중 했던 양수검사로 인해 내가 아닌 남편이 첫째 16개월이었을쯤 아이를 재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수면교육이 다 무너졌었다. 우리 첫째 공주는 아빠바라기라 아빠와 떨어지기를 너무 싫어해서 결국 그때부터 남편과 첫째 공주는 함께 잤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새벽에 너무 자주 깨는데 하루 종일 둘째 공주에게 시달리는 나를 쉬게 해 주려고 남편이 둘째와 잔다고 했고, 첫째 공주 양치하고 씻기고 제시간에 자게 하는 루틴을 잡는걸 내가 더 잘하기에 내가 첫째 공주와 자기 시작했다.

아빠껌딱지 첫째 공주이기에 늘 눈치게임하듯 첫째가 딴짓할 때 남편이 잽싸게 둘째 공주 데리고 사라져야 했고 그걸 알고 우는 첫째 공주를 보며 남편도 나도 너무 슬프고 속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기에 한동안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 이렇게 늘 눈치게임하며 꼭 이산가족같이 되어버리는 것도 별로고, 나도 첫째 공주랑 트윈사이즈 침대에 낑겨자느라 매일 자도 자도 몸이 뻐근하고, 나와 남편도 아이들 없이 둘이 차분히 대화하는 시간도 없고 그래서 다시 첫째 공주 수면교육을 해서 우리 가족 모두 편하게 지내는 방향으로 해야겠다고 남편과 의견이 모아졌다. 남편은 재우고 나서 같이 잠들지 말고 방에서 나오라고 했지만 그러다가 중간에 깨면 분명 무섭다고 울면서 뛰쳐나올게 뻔하고 그렇게 신용을 잃으면 아이는 더 불안해하고 더 징징거릴게 훤히 보여서 그렇게 하기 싫었다.


31개월.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인지가 조금 빠른 편인 우리 첫째 공주는 요즘 말로 이야기를 찬찬히 해주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이가 처음엔 거부하더라도 천천히 이야기해 주면서 아이가 처음부터 혼자 자게끔해주고 싶었다.


“우리 첫째 공주 몇 살이야? 두 살이지? 두 살은 혼자 잘 수 있어~ 친구 누구도 혼자 자고, 누구도 혼자 잔대~”

이렇게 이야기해 봤지만 할로윈이 갓 지난 시점에서 아이는 허수아비 아저씨가 무섭다며 엄마랑 잘 거라며 울어버렸다.

작전후퇴

일단 아이가 무섭다고 우는데 억지로 혼자 자게 하는 건 아니지 싶어서 함께 자 주었다.


그리고 다른 작전!

주말 낮잠 때 혼자 자게 연습하기!

낮잠이니까 덜 무서울 거 같아서 이렇게 작전변경을 했는데 어라? 이게 되네?

그리고 또 하나 먹혔던 게

“첫째 공주는 첫째 공주 침대에서 자는 거고, 엄마는 엄마침대에서 자는 거고, 아빠는 아빠침대에서 자는 거고, 동생은 동생 침대에서 자는 거야~” 이 말이었다.

낮잠 시간에 혼자 자라고 하니까 아이가 내가 했던 저 말을 그대로 하더니 혼자 자는 걸 보고 ‘아! 아이는 이게 납득이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쉽게 저녁잠까지도 혼자 자기 성공...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라고 말하긴 하지만 “맞아. 엄마도. 엄마도 첫째 공주랑 자고 싶어. 하지만 우린 각자 침대에서 자야 하는 거야.”라고 하면 수긍하고 혼자 잔다. 그렇지만 그렇게 첫째 공주가 혼자 잠을 청하고 잠들면 다시 슬금슬금 아이 침대로 가서 자는 나란 엄마...

혹시나 자다가 중간에 무섭다며 깰까 봐 아직은 걱정이 좀 되어서 같이 자고 아침에 첫째 공주가 깨기 전에 내가 일어나서 다른 방에서 온 척을 한다. 아이에게 성공에 대한 경험을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도 이 마음을 알았는지 첫마디가 “엄마! I sleep alone!"(아직 문법 잘 모르는 두 살 아가..)이었다. 나는 너무 기특하다며 허그를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어차피 혼자 자니까 아빠가 동생이랑 먼저 위층에 올라가도 아빠랑 같이 자고 싶다고 울고불고할 필요가 없을 테니 굿나잇 인사를 제대로 하고 각자 잘 시간에 가는 걸로 다시 잡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늘 첫째 공주 딴짓하게 해서 안보는 사이에 남편이 둘째 공주 데리고 위층 올라가고 그걸 알아챈 첫째가 울고불고하는 꼴이 정말 너무 보기가 싫었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 떼어놓는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첫째 공주가 혼자 잘 자기 시작했을 때 남편이 둘째 공주 재우러 올라가는데 일부러 딴짓하게 하는 게 아니라 “어? 동생 이제 동생침대에 자러 가나 봐~ 아빠는 동생 재우고 아빠 침대에서 잔대~ 아빠 굿나잇~ 동생 굿나잇~ 해주고 우리도 씻으러 갈까?” 했더니 어머 이게 웬일!

이렇게 순순히 굿나잇을 한다고?

떼쓰는 거 없이 너무도 순순히 굿나잇~ 빠빠이~ 하며 아빠와 동생을 보내주는 첫째 공주.

너무 이뻐서 꽈악 안아주고 “이렇게 안 울고 굿나잇~ 해주니까 우리 가족 다 같이 굿나잇 인사하고 잘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내가 정말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다음날 때문이다. 처음은 얼떨결에 성공했을 수 있는데 둘째 날도 과연 이게 될까? 싶었는데... 됐다.

난 우리 첫째 공주가 쉬운 아기라서 그런가? 했는데 씻고 자기 전, 첫째 공주가 말했다.

“내가 굿나잇~ 해서 아빠가 해피했어!”

헝... 너 너무 귀여워.... 아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자기는 아빠랑 같이 못 자는 게 슬픈데도 굿나잇 인사를 해준 것이다. 그리고 혼자 자기 전 항상 엄마랑 자고 싶다고 한 번씩 어필한다. 그럼 항상 똑같이 엄마도 우리 첫째 공주랑 자고 싶지만 우린 각자의 침대에서 자야 하는 거라고 그렇지만 엄만 항상 함께 있는 거니까 걱정 말고 잘 자라고 엄마가 우리 공주 보고 싶을 때 슬쩍 와서 보고 가겠다고 이야기해 주면 이내 받아들이고 혼자 잔다.


어쩜 이렇게 천사같이 이쁜 아이가 나에게 왔을까.

정말 태생이 참 착한 아이. 이러니 내가 매일 반하지. 정말 너무 행복하다. 엄마 이렇게 행복하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 12012025 첫째 공주 31개월, 둘째 공주 8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