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름

고요한 여름, 금능

by 순정공방

제주의 여름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창문을 열어두어도 바람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포근한 열기. 그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아, 또 여름이구나.‘하고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은 내 머리 위로 가차 없이 내리쬔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맞으며 룰루랄라 거리는 게 편하지만, 인공적인 바람은 신선함이 없다. 오래 맞으면 머리가 아프다.


역시, 자연이 답이다.


여름에는 물놀이가 빠질 수 없지.

낮의 열기가 좀 수그러드는 오후 4시. 바다로~!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 수심과 파도.

금능으로 향한다. 비양도가 보이는 바다.

물이 얕고 잔잔해 마치 큰 수영장처럼 펼쳐지는데, 햇빛이 닿을 때마다 바닥의 모래결까지 훤히 비치며 밝게 반짝인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도 차분해 ‘고요한 여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애메랄드 빛 바다 위에 고운 자태로 앉아있는 비양도. 마치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인다.


아이들은 튜브를 끌고, 어른들은 얕은 물에 몸을 담근 채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다. 금능에서는 모두가 서두르지 않는다. 바람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몸과 마음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가 금능의 진짜 절정이다.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비양도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요히 솟아 있고, 금능 바다는 그 색을 비추며 금빛 호수처럼 빛난다.


비양도를 바라보며 금능 해변에 앉아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조금 더 천천히 지나가도 좋겠다고.

그만큼 이곳의 풍경은 마음을 붙잡아두는 힘이 있다.




다음은 제주 가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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