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밭의 고구마

고구마 밭에 있는 인삼이 인삼밭의 인삼과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by 조강지소

인삼밭의 고구마 이야기를 아는가?


나에게 좋은 글은 읽을 때마다 내 경험과 생각의 깊이가 커진 만큼, 또는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글인데 이 이야기도 그런 의미에서 내게 좋은 글이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컷 되지 않는 간단한 만화로 구성된 이 이야기를 처음 읽게 된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해서 많이 힘들어하던 친오빠에게, 비슷한 성향으로 직장생활 중 스트레스가 많았던 남편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했던 이야기이다.

한때는 우리 집 가훈으로 삼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던 짧고 간단하지만 너무도 통찰력 있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고구마에 내 상황과 감정을 이입했고 고구마의 멋짐에 감탄했기에 대부분의 감상과 생각이 고구마에 그쳤었다. 그때의 나는 인삼의 못남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이유가 언급했다고 기뻐하며 보내주기에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는데 핵심은 인삼에게도 있었다.


이야기에서 인삼은 행복해하는 고구마를 보면서 되게 마뜩잖아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가 생각할 때는 인삼이 고구마보다 훨씬 우월한데 고구마 따위가 인삼인 줄 알고 행복해한다고 생각해서 이다.

사실은 인삼이 고구마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고 고구마는 자신이 인삼이라서 행복해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고구마의 생각이나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삼 자신의 생각이 자기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남을 미워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세상엔 극단적으로 보면 인삼 같은 사람과 고구마 같은 사람 두 부류가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구마는 내가 보기엔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요새 말로 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

인삼은 주변인들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고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서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특히 남편과 우리 아이들이) 고구마 같은 사람이 되면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편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수가 인삼인 곳도 있고 고구마인 곳도 있을 건데 자기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 그것과 상관없이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고 작은 것에 행복해할 줄 알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


누군가는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만족만 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이다. 그것이 먼저 제대로 서있고 혹은 그것을 찾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노력하는 사람은 매일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준에 맞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므로 자신을 사랑하는 힘은 결국 본인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기 자식이나 사랑하는 연인은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고 어떻고 저때야 사랑하고.

연인도 외모와 돈과 조건으로 재단하고.

자신의 취미나 취향조차 남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정하는 사회가 아닌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상이 어떤 것이던지 ‘조건 없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인삼 같은 사람은 남 기준에 휘둘리고 주변의 평가에 과도하게 신경 쓰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고 작은 행복도 모르고 거기다 가장 최악인 건 남이 행복한 꼴을 못 본다는 것이다.


자기보다 어떤 면에서든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는 사람을 보면 일단 끌어내리려 하고 그러기 위해서 티끌만 한 잘못이나 흠이라도 찾아내어 나쁘게 말하고 험담하고 악담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남이 낮아지면 자기가 높아지기라도 하는 줄 아는 어리석은 사람들.


인삼밭의 고구마 이야기를 보고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한 사람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나의 첫 감상은 ”와 고구마 나랑 정말 비슷하다”였고, 그 이후에 남편을 알게 되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겪으면서 점점 더 이야기의 다른 부분도 보이고 크게 와닿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고구마에 집중했다가 이제는 인삼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과 같이.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 이야기를 읽을 때 ‘고구마의 삶의 태도가 나와 비슷하다’라고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구마 같은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구마가 많은 밭에서도 인삼이 과연 저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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