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일본1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은 <후테호도>

by 로운

일본에서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不適切でもほどがる>(부적절한 것에도 정도가 있어)라는 드라마가 바영되었습니다. 보통은 줄여서 '후테호도'라고 하는데요. 이 '후테호도'의 시청률은 평균 7.4%, 일본도 OTT 서비스로 인해 TV시청률 자체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초대박' 드라마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중박'정도의 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시청률이 최고치를 찍지 못했음에도, 이 드라마가 시청률을 일본 사회를 뒤집어 놓은 이유는 그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쇼와시대(1926-1989) 후기에 살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레이와시대(2019~현재)로 타임 슬립을 하여 레이와 시대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쇼와 시대에서 했던 언행들로는 레이와 시대에서는 굉장히 문제가 되는 언행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그의 행보는 드라마 초기에는 '꼰대'로 보였으나, 점차 레이와 시대에 적응해 가며, 오히려 '레이와에서는 이러면 안 돼'라는 걸 알려주는 상담역이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 일본에서 굉장히 문제가 되는 하라스멘트(ハラスメント, 괴롭힘) 문제들을 많이 다룹니다. 일본에서도 헤이세이 시대(1989-2019)가 끝나갈 때쯤부터 각종 하라스멘트 문제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セクハラ(성희롱), パワハラ(상사의 강압적 태도), モラハラ(상대방의 자존감을 깎는 언행) 등이 있고, 처음에는 '그런 것을 조심하자'라는 취지로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가며 각종 하라스멘트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スメハラ(체취로 타인을 괴롭게 하는 것), テクハラ(IT와 관련된 괴롭힘) 등이 있습니다. 그러자 처음 '하라스멘트'가 화제가 될 때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던 사람들도 '대체 어디까지 조심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그런 것 때문에 힘들어 했기에 이런 단어가 나온 것이라 당하는 쪽에서는 그런 것들을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기에 표면적인 갈등으로는 안 나타나지만, 이 하라스멘트 사회에 대해서 각자 다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타이밍에 이 '후테호도'라는 드라마가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일방적으로 '이런 거 하지 마'라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앞 문단에서 언급한, 하라스멘트 사회에 관련된 일본인들의 다양한 시각과 고민을 보여주며, 과연 어떻게 하면 모두의 입장과 고민을 안고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보여줍니다.

그래서 시청자의 사회적 입장이 어떻든 거부감이 적게 들게 합니다. 그것도 주제의식을 무겁게 가져가는 게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의 형식을 빌어 가볍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드라마를 보는 건지 인도 영화를 보는 건지 모를 정도라, 웃다 보면 어느새 그 해결책에 도달해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그런 장치를 사용해,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는 것이 セクハラ(성희롱)인데요. '어디까지가 성희롱이고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 드라마에서는 한 줄로 정리해줍니다. "본인의 딸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을 남에게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요. 이 한마디에 일본 사회와 방송계는, 선진국임에도 '성인지 감수성'과 '성평등' 지수가 낮았던 것을 조금씩 바꾸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성평등 개념에서 보면 차별적인 단어인 OL(Office Lady)를 잘 안 쓰게 된다든가, 방송에서 여성 게스트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것이 많이 줄어든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성희롱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パワハラ나 モラハラ 등에 대해서도 재밌게 풀어냄으로써, 그런 것을 줄여나가자는 공감대를, 일본 사회에서 형성시키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시청률은이 대박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테호도'라는 단어가 무려 2024 일본 유행어 대상까지 받는 기염을 토해내게 됩니다. 이는 곧 일본인들의 변화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앞으로 일본 사회의 이런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후테호도 포스터 ⓒ中日スポー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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