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받아본 MBTI도,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검사지로 받아본 MBTI도 결과는 똑같다.
ESTJ. 성취지향적인 유형이다.
나는
외향적인 편이고(E),
현실적이며(S),
이성적이고(T),
계획적이다(J).
사실 나이가 들면서 외향적인 성격이 점점 내향적으로 변하곤 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변화가 없다.
거의 극 STJ라고 할까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복학해서 알게 된 후배들이 있다.
나와는 5살 정도 어린 친구들이 삶을 너무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테니스를 꽤 전문적으로 치는 후배도 있고
일렉 기타를 연주하고 홍대에서 공연하는 후배도 있다.
일본 만화에 덕후처럼 빠져있는 후배도 있다.
콜드 플레이 내한 콘서트에 가서 찐으로 즐기고 온 후배도 있다.
열성 야구팬도 있다.
이들 모두 본업이 있고, 대학원도 다니면서, 이런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는 친한 후배에게 꼰대처럼 말했다.
"요즘 세대는 다른 거 같아.
우리 세대 땐 공부나 일만 하기에도 바빴는데,
요즘 세대는 진짜 무언가 삶을 즐길 줄 아는 거 같아."
후배는 답했다.
"언니 그거 세대 차이 아니에요. 이거 봐봐요."
그리고 캡처해서 저장해 둔 글을 내게 보여줬다.
MBTI 특징을 재미있게 풀어쓴 글이었다.
ESTJ 특징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현생 살기 바빠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함.'
아! 그 순간 깨달음이 왔다.
현생을 지금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공부든, 회사 일이든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는 것이 ESTJ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신경 쓸, 관심 가질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ESTJ는 취미가 딱히 없다.
현생 살기에도 바빠서이다.
취미가 있다면, 그건 자기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는 취미를 택하는 것이다.
내 학업이든, 커리어든, 인간관계든
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취미엔 마음부터 일단 동하지 않는다.
ESTJ에게 현생은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고,
때문에 그들에겐 현생을 그만 둘 용기가 없다.
그만두고 싶어도 말이다.
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왜 현생이 내 삶의 전부가 되었을까?
성취지향적인 삶이
삶의 가치를 일에서 찾게 하는 것일까?
언젠가 유튜브에서 이런 스토리를 본 적이 있다.
평생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해 온 여자가
아이를 갖고 비로소 반강제로 경주마의 삶이 멈춰지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진정 행복을 찾았다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여자는 아이를 갖고 휴직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외부에서 그렇게 내 삶을 멈춰줘야만,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만 멈출 수 있는 것이었다.
ESTJ에겐 '그냥'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멈출, 스스로 그만 둘 용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