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준은 처음입니다만…"

by 나봄

2025년 11월 28일, 내 생일.

생일을 축하하는 톡들 속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0000 센터입니다. 서류전형 결과를 메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지원했던 공공기관 1차 전형 발표였다.

오늘 하루만큼은 취업 고민을 내려놓고 쉬어보자고 다짐했건만, 손은 어느새 메일함을 열고 있었다.

취업사이트 알림 속에서 기관의 메일을 찾아 눌렀다.

예상치 못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하필 생일날... 참 매정하다.


작년에 큰 일을 겪고 자진퇴사한 뒤, 일 년 넘게 나를 돌보는 시간을 보냈다.
건강 악화라는 이유였지만, 30년 동안 세 곳의 직장에서 쉼 없이 달려온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긴 휴식기였다.

다시 취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친구들은 걱정했다.

"건강 괜찮은 거야? 추운 겨울은 지나고 하는 건 어때?"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취업이 쉽지 않아."

“20대도 취업 힘든 시대인데… 우리 나이는 더 힘들어."


나도 겨울 지나 따뜻한 봄에 다시 취업하고 싶다.

하지만, 홀벌이로 두 아이 뒷바라지 하기엔 역부족이고,

시간이 지나면 늘어나는 건 나이와 경력단절 기간일 뿐이다. 이게 제일 무섭다.


그런데 정작 취업사이트에서 ‘즉시지원’ 버튼을 누르는 데에 한참이 걸렸다.

바로 취업되면 어떡하지?

지금 하고 있는 낭독 모임은? 도서관 수업들은?

양해를 구하고 당분간 반차를 써야 하나?

쓸데없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작 더 두려웠던 건 다른 부분이었다.

일을 쉰 지 1년 반.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전 직장에서 겪은 아픈 일을 또 겪게 되면?

면접에서 “왜 퇴사했나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생각은 풍선처럼 부풀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현실은 더 냉정했다.

취업사이트에서 지원한 10곳의 민간기업 중 절반만 서류를 열어봤고, 연락은 한 곳도 없었다.

지원한 공공기관 3곳 중 오늘 발표한 첫 번째 결과는 ‘탈락’.

토익도 없고 가산점도 없고, 자격증 점수와 경험만으로는 역부족일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마흔여덟에 처음 공공기관을 준비했을 때도 필기까지 합격하고 면접 탈락은 겪어봤지만, 서류 탈락은 처음이었다. 의외로, 그 한 줄이 꽤 아프게 꽂혔다.


생일이니 아무것도 보지 말자고 했지만, 조급함이 등을 떠밀었다.

또다시 노트북을 열고 채용 공고를 뒤지고 이력서를 고치고 있는 나를 보며, 허탈한 마음에 노트북을 덮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내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나이가 죄인가?"

"나이 든 얼굴이 문제인가... 결국 나이?"

끝없이 질문만 늘어갔다.

구직을 알아본 지 한 달 만에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내가 아닌데.. 왜 이리 약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진 건지..


얼마 전, 청년 취포자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극심한 취업 경쟁,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반복된 취업 실패로 인한 무력감과 우울감 등

정서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일자리는 많잖아. 왜 포기하지?”

"대기업만 보지 말고 중소기업들도 보면 많을 텐데..."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50대인 나 역시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찾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사는 지역에서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다.

그도 쉽지 않아 나이 영향 덜 받는 블라인드 채용의 공공기관에 지원을 하는 것이다..


2주 전 지원한 지역 내 강소기업(작지만 강한 소기업)의 경쟁률은 무려 169:1.

내 이력서는 열람조차 되지 않았다.

지원자 분석표는 더 놀라웠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석. 박사 출신까지 있었다.

대기업도 아닌데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젊은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도 벅찬데, 거기에 석·박사 출신들까지 지원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정말 그랬다.
취업 경쟁의 높은 벽과, 50대 구직자에게 주어지는 냉정한 현실이 눈앞에서 그대로 나를 향해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었다.


20대는 경험이 없지만 젊음이 무기고,

50대인 나는 나이는 많지만 경력이 무기다.

그러나 둘 다 취업은 쉽지 않다.

그리고 취업 실패가 남기는 상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취포자’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