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다들 어떻게들 쉬고 계세요?”
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던졌던 질문이다. 뻔하지만 그래도 가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그냥 자죠”
“영화를 봐요”
“여행을 가요”
한 번 더 물었다.
“내가 정말 힘들고 괴로운 일로 지쳤을 때, 지금 답했던 휴식의 방법을 취하나요?”
사람들은 조용히 사색에 잠겼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떨까, 힘들고 괴로울 때, 완전히 지쳐 일상이 버겁다고 느낄 때,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한바탕 잠을 자고 영화를 보고 나면 소진이 회복될까?
문답을 주고받으며 느낀 점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순도 100프로의 쉼’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릴 적 꿈이 뭐냐는 물음에 “세계여행이요” 라고 답하고 이유를 물어보면 막연함에 대답하지 못했던 경험처럼, 휴식에 대해 온전히 생각해 본 적 없이 의례 남들처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대도시의 사랑법’을 쓴 박상영 작가의 삶의 궤적과 그가 생각하는 쉼에 대해 담긴 책이다. 사실 그의 일상이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지만, 종장에 이르러 그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읽다보니 덩달아 나의 쉼에 대해 돌아 볼 수 있게 된다.
작가는 굳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꼭 늘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을 휴식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가 방향을 잃고 방황한 뒤 결론지은 것은, 무언가에 쫓기지 않으며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운 유유자적한 그 과정속에 좋은 사람들을 곁들인, 그런 유야무야한 시간들을 순도 100퍼센트의 쉼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 쉬는 걸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휴식에도 질이 있어요. 상영 씨는 지금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되어 있어요. 야생으로 치면 언제나 맹수에게 쫓기거나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그러니 몸과 마음 모두 쉬는 연습을 해야 해요. 생각을 멈추고 최대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혹시 지금 내가 꼭 맞는 방법으로 잘 쉬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제일 처음 언급됐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그리고 혹시 제대로 쉬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면 이 기회에 잠깐 멈춰 온전한 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심리상담사로서 온전한 쉼의 방법 두 가지를 제안한다면
첫째, 때론 내가 살아온 방식의 아주 정반대의 태도로 쉬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매 순간 모든 것들을 치열하게 계획하는 계획형 인간들은 무계획 무근본 무작정 三無여행이 휴식이 될 수 있다. 한 번쯤 무작정 여행지를 결정하고,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로 훌쩍 떠나 그날 먹고 싶은 것, 그때 보고 싶은 것들로 순간순간 여행을 채워보라, 그동안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이 되던 빈틈없이 짜여진 여행과는 색다른 재미와 채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밖을 나가 사람들과 늘 어울리던 외향인들은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보고, 사람들에게 기를 빨려 평소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내향인들은 오히려 힘들 때 한 번씩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외부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매일 치열하게 훈련하는 격투기 선수에겐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이나 영화감상, 뜨개질같은 활동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매 순간 치열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 계획형들에겐 무계획이, 내향인에겐 사람이, 외향인에겐 혼자만의 시간이 온전한 휴식이 될 수 있다.
인간의 교감신경계는 외부 자극에 흥분하여 활성화된다. 그 반대의 기능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이를 진정시켜 주는데, 이때 한쪽의 기능만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면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분명하게 탈이 난다. 마찬가지로 한쪽에 치우친 삶이 소진을 일으키고 일상을 버겁게 한다.
처음이 어렵지 눈 딱 감고 한 번만, 평소와 정반대의 나를 시도해본다면 일상의 소진은 저기 반대편에 서있던 내가 회복을 도울 것이다.
어쩌면 사는 건 몰랐던 통증을 늘려가기도 하며, 그 통증에 익숙해지기도 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울적하기도, 담담하기도 한 생각이었다
둘째, 일상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는 것이다.
대단히 큰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음악 등을 의식적으로 일상에 채워보라, 좋아하는 행위라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의식해 틈틈이 일상에 끼워 넣다 보면, 나의 소소한 챙김들이 곁들여진 일상은 능히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삶을 버겁지 않게 한다.
“내년에 해외를 가니깐 그때까지 버티자” “방학이 올 때까지 견디자” “이번 일만 끝나면” 같은 생각은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회성 짙은 이벤트를 기다리며 나의 쉼과 행복을 미뤄둔다면, 일상은 매번 도전하고 해내야 하는 것들로만 가득 차게 된다. 그런 매일은 버겁다.
나의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낼 줄 알아야 치열한 일상을 효율적으로 견뎌낼 수 있다.
바쁘다고, 이미 지쳤다는 그럴싸한 핑계보다 의식적으로 위에 팁들을 실천해 보라. 버거운 삶을 이겨내느라 비워진 힘은 또 쓴 만큼 금세 차올라야 치열한 우리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그런 순도 100프로의 쉼이 우리에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