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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냄새’를 맡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전략기획 팀장 일기 15편

by 초연

전략기획팀장은 매일 숫자와 계획을 다루지만

실제로 회사를 움직이는 건 숫자가 아니라

기류(氣流)다.


말하지 않아도 떠도는 분위기,

문제 직전에 느껴지는 미세한 온도 변화,

팀장들이 똑같이 피하는 말투,

보고 전에 직원들이 한 박자 늦게 눈을 피하는 순간.


오늘은 그 ‘기류’가

이상하게 거슬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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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아침 회의에서 한 팀원이 속삭였다.


“팀장님, 영업이 오늘 유난히 조용합니다.

어제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나는 그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전략기획팀장은 사실보다 ‘기운’을 먼저 본다.


- 지나치게 조용한 영업팀

- 말이 짧아진 생산팀

- 재무팀장에게서 느껴진 미묘한 회피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날은

대부분 큰 문제가 숨어 있다.


나는 회의 내용을 들으며

조용히 머릿속에서 시그널을 연결했다.


“아… 무언가 틀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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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기는 항상 ‘결과’가 아니라 ‘전조’로 온다


전략기획팀장은

문제가 터진 뒤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터지기 1~2주 전에 감지하고

회사 전체의 흐름을 재배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영업팀에 먼저 찾아갔다.


“요즘 고객사 쪽 온도 어떤가요?”


영업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사실… 큰 고객사 하나가 일정 조정을 고민 중입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라서 보고를 미뤘습니다.”


생산팀에 가보니

그들도 같은 말투를 하고 있었다.


“아, 그건 아직 상황을 보고 있는데…

팀장님한테는 나중에 자세히 말씀 드리려 했어요.”


재무팀은 아침부터 CAPEX 결재를

평소보다 유달리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있었고.


모두 말은 안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우리 팀장이 먼저 보고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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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기획팀장은 ‘불편한 사실의 첫 번째 전달자’다


나는 각 부서 팀장들을 회의실로 불러

짧게 말했다.


“지금 보고하기 어렵다는 건 압니다.

근데 저희 팀은 여기서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전략기획팀장은

불편한 소식을 모아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조직이 버티기 쉬운 형태로 바꿔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보고 기준은 ‘확정’이 아니라 ‘위험 신호’입니다.”


그 말을 듣자 팀장들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는 사실 전달이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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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기는 ‘정보’가 아니라 ‘침묵’에서 시작된다


팀장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와

잠시 복도를 걸었다.


문득 생각했다.


“위기는 사람들이 말이 많을 때가 아니라

말을 아끼는 순간에 시작된다.”


영업팀이 조용하면

계약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고,


생산팀이 과하게 차분하면

내부 일정에 위험이 있다는 뜻이고,


재무팀이 지나치게 문서에 집중하면

비용과 리스크가 이미 올라왔다는 뜻이다.


전략기획팀장은

이 침묵의 기류를 읽어야 한다.


그게 전략의 7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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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9시, 오늘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모니터 앞에서

나는 오늘의 키워드를 하나 적었다.


“전조(前兆).”


전략은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는 미세한 촉에서 시작된다.


그 촉이 정확해야

보고가 빨라지고,

대응이 빨라지고,

조직의 리스크 비용이 줄어든다.


오늘 하루는

그 촉을 다시 점검한 날이었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전략은 숫자보다 분위기를 먼저 보는 사람에게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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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위기는 터질 때가 아니라

‘터지기 직전의 침묵’에서 감지된다.

전략기획자는 바로 그 기류를 읽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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