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기 전, 내가 상상한 ‘미니멀 육아’의 얼굴

by 진티피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자꾸만 어떤 장면을 떠올렸다. 집 한켠이 아기 물건으로 가득 찬 모습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조용히 놓여 있고 공기가 잘 흐르는 집. 물건들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중심이 되는 육아. 아직 현실을 모르는 상태라 더 용감하게 그릴 수 있었던, 나만의 ‘미니멀 육아’의 얼굴이었다.


출산 준비를 하다 보면 끝없이 ‘필수템’이라는 단어가 쏟아진다. 젖병, 소독기, 유축기, 바운서, 스와들업… 체크리스트는 늘어만 가고, 마치 준비가 곧 책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오래 남는 말이 있었다.

“이건 없어도 괜찮아요.”

이 짧은 문장은 나에게 이상할 만큼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 꼭 채워 넣지 않아도 되는 걸 채워 넣지 않겠다는 결심. 그 허용이 내가 상상한 미니멀 육아의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떠올린 미니멀 육아의 모습은 물건이적은 집이 아니라, 불안이 적은 엄마의 얼굴이었다.

가슴으로 데워 바로 물릴 수 있다면 젖병이 줄어드는 풍경,

아기의 시선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것이 모빌이 아니라 엄마의 얼굴인 순간들,

기계가 아니라 손끝으로 온도를 확인하며 감각을 다시 찾는 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버튼 대신 품을 먼저 떠올리고, 눈에 보이는 장난감보다 집 안의 빛과 바람, 사람의 표정을 더 중요한 자극으로 믿어보는 육아. 그런 그림이 내 마음속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잡았다.


물론 현실이 그려낸 육아는 이 상상을 가뿐히 뒤집어버릴지도 모른다.

새벽 세 시에 젖병 소독기가 유일한 구원일 수도 있고, 장난감의 채도 높은 색상이 집 안을 점령하는 날도 올 것이다.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 밤에는 “미니멀? 미니멀은 무슨…” 하며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금 이 시점의 나는, 이 상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이 미니멀 육아의 얼굴은 물건의 양이 아니라

아이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덜 갖고 시작하고 싶다는 욕망은 사실,

가볍게 살고 싶다는 마음,

불안보다 감각을 먼저 믿어보고 싶다는 마음,

엄마 역할에 짓눌리지 않겠다는 다짐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이를 만나기 전이기에 가능한 상상이지만,

바로 그 상상 덕분에 출산이 조금 덜 무섭고,

앞으로의 삶이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현실의 육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찾아오든,

나는 이 상상을 품은 채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엄마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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