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더 쉬웠을 때

objects in the mirror - macmiller

by 요아힘

어린 시절, 나는 지금 여섯 살 조카처럼 놀이터를 사랑했다. 친구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친구가 있으면 술래잡기를 했고, 혼자일 땐 만화 속 영웅이 되어 보이지 않는 악당을 물리치며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다녔다.
그때는 스스로에게 “나 지금 즐거운가?”라고 묻지 않아도 됐다. 행복은 질문이 아니라 상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놀이터는 더 이상 가슴 뛰는 공간이 아니게 됐다. 정확한 시점은 흐릿하지만, 아마 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교실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기 시작했던 중학생 때부터였던 것 같다.


맥 밀러(Mac Miller)의 **<Objects in the Mirror>**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단순한 몽환적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다. "People say you're beautiful…" 부드러운 목소리로 건네는 이 나른한 고백을, 당시의 나는 다르게 해석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의 음악과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가사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그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회한과 경고에 가까웠다.


신나는 파티 튠을 만들던 그가 갑자기 이렇게 자아성찰적인 노래들을 만들게 된 데에는 분명한 균열이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의 파편화된 정보로 추측할 뿐이지만, 확실한 건 그가 깊고 어두운 고뇌 속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노래에서 그가 유혹하는 대상은 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맥 밀러가 자신의 중독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넨 속삭임처럼 들린다. 약물에 취하면 근거 없는 행복감이 밀려오고, 머릿속의 소음들은 잠시 멈춘다.


그는 완벽을 갈망했다. 그러나 예술에는 완벽이라는 종착지가 없다는 잔혹한 사실을 결국 마주하게 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무언가가 있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 그 거리감이 그를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약 기운이 사라질 때마다 그는 후회했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곡의 훅(Hook)에서는 중독의 은유가 더 짙어진다. 쾌락의 늪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걸어 나오기 어렵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취하면,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유혹은 끝없이 귓가를 맴돈다. 그 순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동시에, 가장 갇힌 존재가 된다. 나쁜 학창 시절 친구처럼 약은 속삭인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영원한 행복에 머물 수 있어.”

이어지는 가사에서 그는 결국 자신의 취약함을 고백한다. 성공과 기대, 책임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그는 버티고 있었지만, 기댈 곳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취기를 빌린다. 이 길의 끝이 파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Objects in the Mirror’, 즉 거울 속 사물들 더 정확히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멈추라고 말한다. 도와달라고 외친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결국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어릴 땐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삶이 더 분명해질 줄 알았다. 선택권도 많아지고, 자유도 더 넓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어른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은 늘고, 선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행복을 계산하느라 정작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잊는다. 행복을 위해 떠났던 여정에서, 정작 행복이 아닌 무거운 짐만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


요즘 나는 이유 없이 그때가 사무치게 그립다. 아마 지금의 나를 짓누르는 무게에서 도망치고 싶어서일 것이다. 차량 사이드미러에 적힌 문구처럼 Objects in the mirror are closer than they appear. 문제도, 해답도, 상처도, 그리고 회복도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우리에게 어린 시절처럼 이유 없는 행복은 더 이상 쉽게 찾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잃어버린 놀이터를 그리워하며, 거울 속 지친 나를 달래며, 하루를 버티는 것. 그것이 어른으로서 우리가 감당하고 있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