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이다

쉽지만은 않다 2

by 삐짐이

같은 공간에 적게는 10분 많게는 두 시간 가까이 함께 있다 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레

대화를 하게 된다.

누가 먼저 랑거 없이 시작된다.

"오늘 춥죠?"

"오래 기다리셨죠?"

"많이 덥네요!!~"

"처음 뵙습니다 ~"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안전벨트 매십시오~"

"평소에 다니시는 길 있습니까?"

"요즘 경기 안 좋죠?"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대화들이 주를 이루지만 아닌

경우도 꽤 된다.

첫째

종교 이야기 다.

모 이용자는 10년째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 종교를 믿어라.'

'정말 좋다.'

"아니요~~ 전 무교입니다.

말씀 그만하세요~~"

해도 계속이다.

또는 다음 주 지구가 멸망하고

그전에 모든 종교는 하나로 합쳐지니까

본인의 종교를 믿고 구원받으라 한다.

얼굴을 바라보니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요즘 믿음에 대해서 강요하면 좋아할 사람 있겠는가?

당연히 없다.

나도 평범한 사람 인지라

머리가 지끈 거린다.


천국 이든 극락 이든 본인의 선택에

맡기자.


두 번

정치 이야기

혹시 가족끼리 대화 중에 정치적 견해 차이로 다툰 적 없는가?

가족과 친한 친구 사이에도 조심스러운 것이 정치 얘기인데 다짜고짜

'나라가 망하려고 한다.'

'큰일이다.'

거기다가 욕설까지 섞어서 걸쭉하게

반대성향의 정당을 비난한다.

비슷한 노선을 가지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만약에 반대 지점에 있다 하면

맞장구도 칠 수 없고 대략 난감이다.


수없는 경험칙으로 결단 을 했다.

조금이라도 종교 또는 정치 얘기가 나올만하면 정중하게 이 공간에서는 서로 민감한 주제는 삼가해주시라 말씀드린다.

그럼 대체적으로 이해한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자.


세 번

남, 녀 어젠다이다.

장애인콜택시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용자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 의 부딪힘 남, 녀 간의 부딪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딪힘 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참으로 세상은 복잡하다는 생각과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

그냥 확연히 다르다.

세계관이 전혀 다르다.

서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닌 이해시키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하니 해결이 되겠는가?

어떻게 보면 역사적으로 한 번도

세대 간의 화합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당연한 이치 일 것이다.

다만 방향성만큼은 서로 노력하는 쪽으로 가야 되고 그래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 아니겠는가?


조용히 지나가는 장애인콜택시 속에는

이렇게 다양한 세상사가 펼쳐진다.


네 번

운행 방식 문제제기

전국의 장애인콜택시는 모두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운영된다.

1. 이용 대상자

2. 요금체

3. 근무형

4. 광역운

모두 다르다.

'근데 타 지역은 요금이 이렇다.

우리 지역은 왜 다르냐?'

'대상자 심사는 어떻게 하느냐?'

'요즘 주말에 대기시간이 왜 이리 길어졌냐?'

'이렇게 개선해라.'

'저렇게 개선해라.'

끝이 없다.

소수의 이용자 사례지만 없지는 않다.

그럼 묵묵히 경청하고


"말씀하신 거 잘 반영하겠습니다!!~~"


하면 좋게 마감이 된다.


실질적으로 법을 개정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고객은 그런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말을 들어줘라!!'

본질이다.


처음에는 설명한다고 목도 쉬어 봤다.


다섯 번

본인의 삶에 대한 하소연

내가 근무하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된다.

고객의 가정사를 듣는다 해도 앞뒤 없이

누구에게 얘기하겠는가?

그렇기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내밀한 내용들을 피를 토하듯 쏟아 내는 경우가 많다.

정말 기구한 인생사 가 어찌 그리 많은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잘 들어주면서 적당히 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진짜입니까??"

"뭐라꼬요? 희한하네요~"

"그래서.. 어째 됐습니까??"

"야!~어떻게 그런 일이 생깁니까?

화병 생길만하네요!!"

"아이고!! 이노무손아!~~ 확 고마!

그래 가꼬예!!?"


나의 입도 바빠진다.


사실 대화 도중 눈물을 훔치는 경우가 많다.

남보다 못한 자식들을 욕하고,

평생 알코올중독으로 고생시키다

세상을 떠난 남편 험담 을 하다가 마무리는 항상

'우리 새끼 가 마음은 참~~ 착한데..'

'신랑이 고생은 많이 시켰어도

본인을 누구보다 아껴줬고.. 사랑했다고!!~'

'술 이 원수라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누구나 가족은 애증의 관계 아닌가?

미워했다가 사랑하고 한참 동안 질투하고 샘내다가 또 응원하고 끝없이 지지해 주고 한없이 보고 싶다가 꼴도 보기 싫고

다들 그렇지 않은가?


세상 모든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