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것들을 마주하며

by 은이영


불혹.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의심하거나 판단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 공자라서 그 것이다.

난 딱 그때부터 유혹에 흔들리고

내 모든 판단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


30대에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았다

부했던 많은 것들이,

마흔이 넘어가면서는

세상을 처음 마주한 어린아이처럼 퇴행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

지키려고 했던 신념들이

뿌리째 흔들린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내 선택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었다.


살아왔던 결과들이

하나둘씩 중간평가받듯

성적표처럼 나온다.


젊을 때 커 보이지 않던

다른 사람들과의 작은 이들이

시간이 가고 선택이 쌓여

이제는 닿을 수 없 간격이 되었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젊은 날을 사는 나를

움츠리게하고

자신 없게 만든다.


아마 젊다는 것은

어떤 미래든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일 것이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선택해 버렸고

많은 것들이 정해져 버렸다.


진부한 하루와

어쩌면 뻔히 보이는 미래,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는 아쉬움이

젊지 않은 나이를 실감하게 한다.


지나간 20-30대,

시절따라 최선을 다해 살았고,

그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왔다

그렇게 나를 달래 본다.


인생은 60세부터라는

100세 시대의 꼬꼬마인

마흔하나가

사춘기를 겪듯 그렇게 흔들린다.


2차 성징을 처음 겪는 그날의 당황스러움처럼

변해버린 체력과 체형,

늘어가는 흰머리의 내가

아직도 낯설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된 흔들림은

멈출 기색 없이

이유를 붙일 수 없는 감정들로 쏟아져 내린다.


그럼에도

차가운 비바람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이

또 미래의 나를 만드는 한걸음임을

아는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오늘은,

그저 도망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하루를 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