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정아린

루이의 작은 움직임에 눈이 떠진다.
침대에서 일어나 로브를 단단히 여미고 거실로 나가 커튼을 올리는 사이,

루이는 딸의 방으로 종종거리며 달려간다.
창문 밖의 하늘은 흐릿하면서도 맑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과 출근하는 사람들의 움직임만 조용하게 스친다.
겨울빛은 말없이 창문을 채워, 집 안을 고요로 감싼다.


뉴잉글랜드의 겨울은 여전히 매섭다.

산책을 잠시 미루고 싶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데운 뒤,

딸의 약 시간을 체크한 후,

코트로 무장한 루이와 밖으로 나간다.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며,

나의 하루가 열린다.


탁하게 말라붙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안의 무엇은 늘 울고 있었다.
끊임없는 소란 속에서 가라앉으며

나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움켜쥐고 버텼다.

나는 작아지긴 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겨울 하늘 아래에서 루이와 걷다 보면,
문득 온도를 느끼지 못했던 오래 전의 나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몹시 떠들썩했던 시간은, 이상할 만큼 조용히 제자리에 남아있다.


이 이야기는 그 자리에 남아있던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일에서 시작된다.